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어라스님 Jun 03. 2020

인연은 분명한 알아차림

‘ 이 세상 아무리 사소한 사물일지라도 인연으로 일어나 인연으로 사라지지 않는 것은 없다.’

용수 보살의 중론에 나오는 말입니다.


기본적인 인연이라는 단어의 설명은 인식주체와 인식대상의 관계를 일컫습니다.

생각해봅니다.

우리 각자는 우주의 주체자이니 모든 인연의 해석은 자기의 입장에서 ‘인’이고, 외부의 존재들은 ‘연’이 됩니다.

그러니, 다시말하면 모두가 ‘인’이면서 ‘연’이 됩니다.


- - - - - - - - - - - - - - - - - - - - - - -

한 사찰의 찻집에 원앙 모습의 도자기, 연꽃그림과 글을 담은 다포에 눈이 갑니다.


‘참 좋은 인연입니다.’


진흙처럼 탁한 곳에 뿌리를 내렸어도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존재이며, 꽃이 피는 동시에 열매를 맺습니다.

꽃은 열매를 맺기위한 수단이며, 원인인데, 이것이 동시에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연꽃의 봉우리가 마치 합장하고 있는 모습을 연상시켜 경건함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이런 연유로 연꽃은 불가의 상징성이 큰 존재입니다.


맑은 물이 아닌데도 연꽃을 피우는 걸 보면, 인연의 의미를 우리가 때때로 사유해봐야합니다.

좋은 인연이란, 내가 어떤 상황 속에서도 연꽃을 피우는 상태가 된다는 것이겠죠.


인과 연으로 나누어 표현해서 그렇지, 우리는 모두 주체자이자 대상이기에 스스로 변화시키고

성장시켜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우리는 하나라는데, 왜 각각의 모습으로 보여지는 것일까요.?



- - - - - - - - - - - - - - - - - - - - - - - - - - -

제가 요새 제 마지막 회향처가 될 인연처를 찾아 다니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이곳 저곳에 말을 흘리고 다니고 있는데,

이런 저의 내용을 듣고, 인연있는 작가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줬습니다.


“스님, 저희 어머니가 생애 처음 내 집을 장만하실때, 근 20년 넘게 찾아다니셨다고 해요.

그런데, 그렇게 오랫동안 찾으신 이유는 돈이 가장 큰 이유였고, 다음은 정말, 마음에 들어야 하는거잖아요.

마음에 드는 집은 고가이고, 그렇다고 돈에 맞춰 구입하려니 너무 헐은 집만 소개받아서 그렇게 오래 걸리셨데요.

그런데, 한 20년쯤 집을 보러 다닐때, 부동산마다 어머니를 꺼려하시고, 소개도 잘 안해주셨다고 해요.

그러다 이젠 정말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보고 마음을 접으려고 하셨답니다.


부동산마다 달가워하지 않으시니 어머니가 집보러 다니시는걸 힘들어 하셨는데,

어느 날 꿈에 작은 새가 손위로 날아와 모이를 주시는 꿈을 꾸고는,

가기싫은 부동산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방문하셨데요.

그 날, 부동산에서 한 집을 소개해서  보러 가셨는데, 정말 한 눈에 마음에 드는 집이었데요.

빨리 가계약이라도 하지않으면 팔리겠더라는거죠.

 

급한 마음에 가계약을 하려는데, 수중에 돈이 없어서,

주머니에 있던 만원으로 가계약을 하셨다고 해요. 그자리에서 ㅎㅎㅎ


가계약을 하고 돌아와 있는데, 몇시간만에 다른 사람이 와서 그 집을 사려고했다는 말을 듣고는

정말 어머니 집이 될 인연이었고, 한눈에 알아보는 법이구나라고 말해주시더라고요.”

단 만원에 가계약이라...



- - - - - - - - - - - - - - - - - - - - - - - - - - -

인연은 한 눈에 알아보는 법이라는데, 왜 이리 오래걸렸을까요. 그것은 우리가 그 순간의 한 장면만 떠올리기에 그렇게

판단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 오랜 시간의 알아차림의 지속력을 간과한체 말이죠.


인연은 그렇게 성숙되고 알아차리는 법입니다. 모두 양 방향으로 말이죠.

어머니가 집을 찾는 모습만이 아니라, 집이 주인을 기다리는 모습까지 모두 ‘인’과 ‘연’으로 작용하고 결과가 이루어지기

까지 지속적 알아차림이 존재하기에 그렇게 그 순간을 맞이하게 됩니다.


20년간 맞이하고 있던, 어머니의 모든 순간들은 안좋은 인연이었을까요? 그렇지 않지요.

모든 순간의 영속성 속에 가장 원하는 꽃피는 순간을 알아차린 결과물이지, 안좋은 인연은 없습니다.


흙탕물임에도 연꽃이 나는 것은 연꽃의 삶의 형태를 교훈삼는 것이지, 맑은 물에만 살 수 있는 생명체들은

그런 자세를 갖추지 못한 극단에 치우진 오류있는 모습이라고 할 순 없겠지요.


인연은 좋은 인연, 나쁜 인연이 따로 있는 법이 아니라, 알아차림의 결과물입니다.

지금 인연된 모든 순간이 꽃피는 순간이 아닌 것 같은 분들은, 모든 순간의 지속력을 통해,

지금의 상황 그 모습 그대로 성숙시키기도 하고, 전환된 상황에서 그 순간을 맞이하게 되기도 합니다.


지금의 모습에서 성숙된 상황이 바로 전환된 상황이기에, 힘들고 절망적인 상황이라 하더라도

알아차리고 지속시키는 노력만 있다면, 고단한 상황이 새로운 상대나 새로운 상황이 아니고도,

저절로 꽃피는 순간으로 맞이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미국으로 건너가 모든 순간이, 모든 우주가 바뀐 듯 모양만으로의 전환이 아니라,

지금 그 순간, 그 모습 속에서 전환된듯 꽃피는 인연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을겁니다.


그래서 모두 좋은 인연입니다.




내려놓은 마음뜰 안에는 언제나 봄



어라의 숨고르기 http://blog.naver.com/kns6847


어라의 라이프카툰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1968852​​










작가의 이전글 화려한 간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