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
“11월 16일 화요일에 연탄봉사활동 있으신대 다들 괜찮으시죠?”
점심을 먹고 나와 공차에 들러 딸기 쿠키 스무디를 마시려 한입 쭉 빨대였다.
“다 가야 되는 건가요?”
워크숍에 이어 행사가 연달아 있는 것이 불만인 나는 다시 한번 확인을 하고자
물어보았다.
“전 직원이 참석하는 행사입니다. 일이 있으시면 모를까 전체 참석하셔야 돼요”
그날 저녁 가족 구성원들을 모아 놓고 내가 봉사활동을 가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갖은 변명거리를 연습해보고 있었다.
나의 변명을 듣던 운양은
“네가 계약직으로 근무하는 동안은 너도 직원이야, 그러니 참석하는 편이 좋지”
라며 내게 뼈 있는 충고를 해왔고 이내 마음먹은 후 그날만을 바라보며 한숨을 푹푹 쉬어가고 있었다.
봉사활동 당일이었다.
출근한 직원들을 바라보니 다들 옷을 검은색으로 맞춰 입은 채 출근을 했다.
봉사활동의 정확한 일정표 따윈 알 수 없는 채 오전 근무가 시작되었다.
몇 시에 출발하는 건지 혹은 몇 시간의 봉사활동이 이루어지는 건지 알려주지 않았다.
아니,
나만 모르는 듯해 보였다.
분노에 가득 찬 나는 운영팀장님에게 다가가
“몇 시에 출발하는 건가요?”라고 물었다.
“아, 말 안 했나요? 2시 30분에 출발합니다.”
“네” 짧게 대답을 마친 후 자리로 돌아가려는 내게
“다히, 저녁 안 먹는다고 했지?”
또 시작이었다. 저녁 먹는 걸 원하지 않는 듯한 물음.
“아뇨, 저는 저녁에 대해선 처음 듣는데요?”
“먹으려면 먹던지.”
또 애매한 대답을 내게 남겼고 나는 자리로 돌아가 네이트온으로 답장을 보냈다.
“오늘 약속 있어서 저녁은 못 먹을 거 같습니다.”
그렇게 점심기간이 지나 2시 30분이 되자 다들 자리에 일어나기 시작했다.
봉사활동을 하게 된 마을은 회사에서 걸어서 30분 정도 걸리는 곳이었고
다 함께 걸어가기로 했다.
도착하니
타 연구소 직원분들을 비롯해 민간 봉사단체에서도 몇 분 오셨다.
다 함께 장갑을 나눠 끼고 앞치마를 두른 채 기념사진을 준비했다.
봉사활동의 이념이 변질되는 순간이었다.
촬영은 봉사활동을 하는 순간순간에도 계속되었다.
봉사가 목적이 아닌 촬영이 목적이 돼 보였고, 연탄을 나르는 중간중간 흐름이 끊기곤 했다.
총 4집, 한집당 150장
지그재그로 서서 연탄을 나르기 시작하자 팔뚝과 다리가 저려오기 시작했다.
분명 운동부족이었다.
한 자 세로 옮기자니 힘이 부치기 시작했고, 맞은편에 서있던 직원의 도움으로 자리를 옮겨가며 쉼 없이 나르기 시작했다.
꼬박 한 시간이 지나자,
“마지막입니다. 자 ~ 전달”
하며 꼬리에 꼬리를 물던 연탄봉사활동이 끝이 났다.
마지막 집에 배달을 끝마치고 돌아 나오며 뜻밖의 것을 보게 되었다.
그 집 문 앞 정면엔 스티커가 붙어있었다.
“도시가스 수도 검침 표 검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