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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고다히 Nov 01. 2021

계약직도 워크숍에 가야 되나요?

"네, 가야죠"

괜히 물어본 듯하다.

 그날 일이 있다고 둘러댈까 하다가 디렉트로 물어본 결과이다.





참 애매했다.

 가기도 가기도 애매한 계약기간을 가진 직원이라 나를 데리고 가야 되는지 고민이 됐을 듯해 보였다.

갑자기 그날 " 일이 있어  갈 거 같아요"한다면 남은 계약기간은 칫밥을 먹어야  수도 있기에 따라가기로 마음먹었다.





우리는  내장산으로 향했다.

내장산은 정읍에 있는 국립공원이다.

참고로 지금과 같은 가을에 내장산을 방문한다면 가을의 분위기를 물씬 먼저 느낄 수 있는 곳이라고 장담한다.





출발시간은 11시.

평소와 다를 바 없이 편한 맨투맨을 입었지만 가방 속엔 모자 하나를 챙겨 넣고 아빠 차를 타고 회사로 이동했다.





하나둘씩 회사로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다들 얼굴에 그늘이 져 보였다.

그리고는 " 가야 돼?" 말하며 커피 한잔을 마시고 있었다.

그중  명이 나를 향해 "다히 오늘 각오해야 돼, 오늘  많이 마실 거야"라며 나에게 겁을 주는 게 아닌가.

나는 못 들은   말을 무시한   자리로 가서  시간 동안 해야 할 업무를 정리했다.





11시가 되자 다들  명씩 차를 타러 나갔고 나는 같이  동료들이 일이 끝날 때까지 앉아서 기다렸다.

11시 30분.

30분이나 지나고 나서야 드디어 출발하게 되었다.





아직 업무가 정리가 안된 직원 1은 끝도 없이 구시렁대며 "내가 가는 게 맞나 싶다"라며 오늘 워크숍 계획을 세운 운영팀을 욕하기 시작했다.

도착까지 1시간이 걸리는 동안 욕은 계속됐고 듣고 싶지 않은 나는 자는 척 연기를 했다.





도착하자 시골에서나 볼법한 가든에 도착해있었고 그곳에서 닭볶음탕을 먹게 되었다.

닭에서 잡내가  입맛을 잃어 많이  먹는 나를 향해 " 있다 많이 걸어야 돼, 많이 먹어둬" 라며 나를 향해  번째 겁을 주기 시작했다.

마침 어제저녁 잠자리가 불편했는지 아침에 일어날 때부터 허리가 아파오기 시작한 터라 걱정이 앞서기 시작했다.





"내장산 호수공원 주차장으로 오시면 됩니다."

점심을 늦게 먹은 우리에게 운영팀장은 계획된 시간을 훌쩍 넘겼다며 다급하게 외쳤다.





근데 내가 생각한 목적 지하고 달랐다.

내장산을 간다고 함은 국립공원 정문 앞에 음식점들이 즐비한 곳을 생각했는데 도착한 호수공원에는 편의점 하나 달랑 있으며 구경하는 사람들도 보이지 않았다.





나와 같이 차를 타고   직원 2는 "여기는 어디야? 여기 ?" 라며 낯설어했고,  또한 "그러게요. 제가 생각한 곳과는 다르네요"라며 공감을 표했다.





호수공원을 산책하고 계신 어르신분들을 간혹  수는 있었다. 물론 2~3명이 전부였지만 말이다.

그렇게 호수공원을 크게  바퀴 도는데 1시간 30분이나 걸렸고 몸에선 짠내가 나기 시작했다.




도착과 동시에 "빨리빨리" 외치며 운영팀장은 다음 장소는 "내장산 국립공원 정문입니다."라고 했다.

가는 길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고 빠르게 도착해버렸다.





내가 생각한 곳이 바로 이곳이다.

 수많은 등산객들과 옆으로 나란히 펼쳐진 음식점들.

그곳에 도착했는데 기쁘지 않았다.

처음부터 왔었다면 발걸음 가볍게 단풍에 물든 나무들도 사진 찍으며 즐겼을 텐데, 이미  시 반동안이나 힘을 뺐던지라 무릎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와중에 단장은 이기적인 말을 내뱉었다.

"나는 지금 9000보를 걸었어요. 그러니 여기서 만보를 채우면 바로 내려올 겁니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럴 거면 제자리에서 천보 채워!'





입구에서 표를 사고 출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자 단장은 자신은 만보를 채웠으니 내려가겠다고 했고 그런 그를 다른 직원들은 기왕 여기까지 오신 거 대웅전까지 보고 가자며 꼬셨다.




그러나 걸어도 걸어도 끝도 없었다.

도착하고 나서야 알았다. 4.7km를 걸었다는 것을.





나는 직원들과 한참 뒤떨어진 채로 여러 번 의자에 앉아 쉬어가길 반복했다.

속으로 '순환버스는 괜히 있는  아나?', 돌아갈 때  탄다 그러면  혼자라도 타고  테다.'라며 다짐하며 이를 악물고 걸었다.




도착하니 직원들은 옹기종기 모여있었고 기념사진을 찍자고 했다.

가식적인 브이를 내밀며 증거사진을 남겼다.




"우리 돌아갈 땐 순환버스 탈거죠?"  옆에 있던 직원 2의 말이다.

"아니 걸어가야지" 단장은 단호하게 거절했다.





직원들의 야유가 쏟아졌다.

그러자  이기는 척 “그래 타고 갑시다.”라며 단장은 꼬리를 내렸다.





걸어갈 때  시간을 훌쩍 넘겼다면 순환버스는 5 만에 도착했다.

버스에 앉아 오는 잠깐 동안 졸기까지 했다.





이제 우리는 파전에 막걸리를 먹으면 운영팀장의 계획표의 마침표를 찍을 수 있었다.

보이는 아무 가게나 들어가 막걸리, 파전, 도토리묵을 시켰다.

그리고 흡입하기 시작했다. 그런 나를 보며  직원은 "이런 거 젊은 사람들은  좋아하는데?" 라며 물었고

나는 그를 향해 "여기 누가 젊어요? 젊지 않습니다."라며 단호하게 말했다.





갑자기 먹고 있는 나를 향해 운영팀장은 "자기야 배고프면 뭐 좀 시켜먹어!"

나는   알아듣고 "저녁에요?  !"라고 대답했고 운영팀장은 "자기도 저녁 먹으러 간다고?, 그래  먹을 건데  거기 맛있어"

라고 말했다.





나는 운영팀장에게 가지 않는다고 했다.

만일 직원들 전부 가서 먹는 거니 같이 가서 먹자고 말했다면 갔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말하는 모양새가 "너도 간다고?" 뜻하는  같 기분이 상해 가지 않았다.




그걸 모르는 다른 직원들은 같이 가서 먹고 가자며 나를 설득했지만 "약속이 있어요"라며 거절했다.




그리고 나는 오늘 하루를 겪으며 결론을 지었다.

계약직도 워크숍을 가야 되나요?라고 묻는다면 "굳이?"라고 대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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