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독고다히 Nov 25. 2021

악마의 속삭임

일주일 중 5일은 오전 7시 20분까지 일어나야 되고 

옷을 입고 나갈 채비를 하기까지 오전 8시 30분 안에 끝내야 된다.




전쟁 같은 아침잠으로부터 벗어나 똑같은 방법으로 화장을 하고 있는데

오늘은 느낌이 다르다.




금요일.

말만 들어도 설레는 금요일이 밝았다.





요즘 들어 계약직인 나를 데리고 여기저기 출장을 잡으시는 상사 덕분에

전주에 있는 호텔들을 도장깨기 하고 다니고 있다.





오늘도 전주에서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은 팔복동의 더메이 호텔에서 설명회가 있는 날이다.

이 설명회를 개최하기까지 너무나 많은 힘이 들은 건 다들 인정해주는 눈치였다.




무려 100명이 넘는 인원이 참석하는 회의규모에다가 필수로 참석해야 되는 국가사업설명회였으나

참석자 명단을 적어 회신 온 답변은 고작 30명뿐.

그러니 내 업무는 나머지 인원에 전화로 설득을 해야 한다.




전화를 거는 족족 받아준다면 말로써 설득을 해보겠지만, 전화조차 받지 않고 끊어버리는 게 대다수다.




나의 특성상 주어진 업무는 어떻게든 끝장을 봐야 되는 터라 담당자의 회사로 전화해 받을 때까지 연결을 기다렸다.

그렇게 쉬지 않고 50명에게 전화를 하니 손목에서 진동이 울리기 시작한다.




"심장박동수가 110을 넘겼습니다."

해야 할 업무가 산더미라 한 번에 처리하려 했더니 몸에 무리가 온 모양이었다.




옆에 있는 생수 500ml를 벌컥벌컥 마시고 나머지 60명에게 전화를 돌리고 나서야 시계를 보니 퇴근시간이 임박해있었다.



그렇게 전원 참석자 명단을 받고 나서야 내 임무는 끝이 난 줄 알았다.

그런데 이번엔 설명회 참석을 같이 가자고 하신다.




오후 1시에 있을 설명회 준비를 위해 호텔로 오전 10시에 출발했다.

준비된 모든 상황을 점검하니 2시간이 흘렀고 그때부터 오기 시작하는 참석자들의 명단을 적느라 점심은 저절로 건너뛰게 되었다.




곧 시작이 임박했고 참석자 명단을 살펴보니 아직도 20명 정도는 오지 않았다.



예정대로 회의가 시작되었고, 나는 몸이 두개가 아닌데 자꾸 내게만 일을 맡기시는 상사 1이 원망스러웠지만 

'어쩌겠어,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라며 회의 중간중간 들어가 사진 촬영 및 마이크 전달자의 역할까지 담당했다.




그렇게 회의는 4시간 동안 지속되었고,

길고 긴 회의가 끝나고 집으로 가서 쉬면 좋으련만 회식에 필수로 참석해야 된다는 통보가 내려졌다.




'에구... 어쩌겠어, 갈 수밖에....'라며 퉁퉁부은 발바닥을 두드리며 고깃집으로 향했다.

회식장소로 향하는 차 안에서 내게 좋은 자리가 나왔다며 상사 1은 제안을 하시기 시작했다.





"우리 같이 일하는 연구원 그만두는 거 알지? 그 자리 사람 뽑을 건데 다히 씨 생각 없어?"

순간 "네 없는데요" 할 뻔했다.

이 같은 정신없는 일을 계속해야 되다니 숨이 턱 막혔지만 현실적으로 솔깃한 제안임에 틀림없었다.





"내가 저녁자리에서 운을 띄울 테니까 단장님한테 여기서 일하고 싶다고 말해봐, 알겠지?"

라고 내게 악마의 속삭임은 시작되었고 나는 "네, "를 끝으로 회식하는 동안 단 한마디도 말하지 못했다.





이유는 술이다.

 다들 술에 진탕 취해 나라는 존재는 보이지 않았으니 말이다.


조용히 회식자리에서 나오며 마음 한 편으로 다행히 다를 외치며"하마터면 넘어갈 뻔했단 말이지."

( 뿌듯함은 이루 말 할 수 없다.)

매거진의 이전글 연탄봉사활동은 처음인데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