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독고다히 Dec 07. 2021

30살, 기말고사를 보다.

나는 30살이다. 

정확히는 내년에 30살이다.

아주 정확히는 30살로 두 해를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대학생이다.

그래서 얼마전까지 2학기 기말고사를 준비했었다.




작년엔 코로나로 심각해진 탓에 모든 전공시험을 과제물로 대체했다.

그리고 올해는 모든 시험을 대면으로 돌렸다.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과제물로 대체했던 작년의 경우 완벽한 과제물을 내기는 어려웠다.

빈약한 전공지식을 가진 내가 아무리 그럴싸한 단어들로 휘황찬란하게 과제물을 작성해보았자 

공부 잘하는 애들을 따라가기엔 역부족이었다.




기말고사는 객관식으로 진행된다고 하기에 반가운 소식이었고 나름 최선을 다해 강의를 듣고 또 들었다.

1학기엔 여러 사정으로 직장을 그만두고 학교를 다니게 되어 시간적 여유 또한 많았다.

그러나 안일하게 생각했고 몸은 더 게을러졌다.




점점 마음은 급해졌지만 아무런 모션을 취하지 못한 채 기말고사를 보게 되었다.

그리고 시험 문제를 푸는 중간에 깨달았다. 이와 같은 문제들은 기출문제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이 있었다.

그런데 결과는 역시나였다.




결과 한 과목이 F학점이 뜨고 만 것이다.

그럼으로써 나는 그해에 있는 국가고시를 보지 못하게 되었다.

절망감에 휩싸여 컴퓨터를 붙잡고 학교에 쉼 없이 전화해 나를 구원해달라고 애걸복걸해보았지만 그건 내 사정일뿐이었다.




놓쳐버린 국가고시를 뒤로 하고 단기 계약직으로 취업하였다.

그리고  2학기가 시작됨과 동시에 모든 과목의 강의를 외우다시피 듣고 또 들었다.

모든 게 두려웠다.

또다시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 거 같았다.

그리고 빨리 모든 걸 끝내고 싶었다.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2학기가 어느덧 막바지를 향해 갔고 시험일 신청이 열림과 동시에 제일 빠른 날로 선택하게 되었다.





시험일을 제일 빠른 날로 신청한 가장 큰 이유는 휴식이었다.

연말이 다가오자 회사에서는 일이 산더미같이 많아졌고 자리에 앉아 여유롭게 전공책을 힐끔힐끔 펼쳐볼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퇴근을 하고 끊어놓은 헬스장도 가지 않은 채 스터디 카페로 향했고 하루 4시간씩은 꼬박 책을 보았고 이 모든 게 어서 빨리 끝나 휴식을 취하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전공책의 수많은 페이지를 외울 정도로 많이 보았지만 왠지 느낌이 좋지 않았다.

그리고 시험 당일이 되었다. 손목에 찬 시계에서는 심장박동수가 높다고 진동이 십 분 간격으로 울리고 있었다.




나름 머리를 써서 오전 9시와 오후 4시로 시험시간표를 짜 놓았고 오전 9시 시험을 위해 한 시간 먼저 도착해 자리에 앉아 기출문제 위주로 읽어보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한 시간은 지나갔고 시험시간이 되었다.

그리고 풀기 시작하는데 1번부터 막히기 시작했다. 

1번이 막히고 2번이 막혔다. 그리고 3번이 막혔다.

갑자기 숨이 막히기 시작했다. 책의 구석구석 내용을 다 살펴보았지만 마지막에 기출문제로 훑어보았던 게 독이 된 모양이었다.




시험의 난이도는 내가 여태껏 풀어본 기출문제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문제를 이해하는데도 한참 걸렸지만 내용의 정확성을 요구하고 있었다.

그리고 기출문제는 단 한 문제도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게 찝찝한 마음을 안고 시험장에서 나왔다.




문제를 찾아보고 답을 맞혀볼 겨를도 없이 오후 시험을 위해 다시 스터디 카페로 향했다.

그리고 다시 나머지 2과목을 집중해서 공부하기 시작했다.

어젯밤 긴장 속에 잠을 설친 터라 머리가 자꾸 멍해졌고 나름 집중한다고 커피 한잔 먹은 것이 속이 부대끼기까지 했다.

그렇게 순식간에 3시간의 시간이 지나갔고 한 과목밖에 훑어보지 못한 채 시험장으로 향했다.





시험장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우울감에 휩싸였다.

또다시 내년에 학교를 더 다녀야 될 것 같은 불안감에 정신이 점점 더 멍해졌다.




오전과 똑같이 시험 시작 한 시간 전에 도착해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번엔 반대로 전공책 위주로 공부를 했다.

순식간에 시험시간이 되었고 문제를 푸는데 웃음이 나왔다.

그건 바로 오후 시험은 기출문제 위주로 나오는 것이었다.




1번 아는 문제, 2번도 아는 문제 , 쭉쭉쭉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시험이 끝나고 학교를 나오는데 겨울의 찬 공기가 심장을 파고들어 온몸에서 전기가 통하듯이 찌릿찌릿했다.

몸을 두어 번 흔들어대고 있는데 근처 시내에서 시험 끝날 때까지 기다린 언니와 동생이 나를 픽업하러 오는 차가 저 멀리 보였다.

그리고 내게 물었다.

"시험 잘 봤어?"

"오전보단 잘 본 거 같아 다행이야"




"이제 남은 2021년 12월을 즐겨보자고!

 다히 이즈 프리!"

매거진의 이전글 요리에 진심인 가정주부 상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