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서른하나.
더 나이 먹기 전 다른 분야에도 도전하고 싶었고 계약직으로 들어간 일이 일 년 후 끝나게 된다면 모은 돈을 가지고 뉴욕을 갈 생각이었다.
그렇게 나는 부푼 꿈을 안고 사무직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그때 나는 몰랐다. 남들이 늘 말해온 나의 고운 손이 망가질 줄은,,
전 직장과 헤어지기 삼 일 전.
마냥 좋게만 헤어지는 건 아니었다.
인수인계는 원래 해오시던 분이었기에 알려드릴 게 없었고 그저 인사만 제대로 드리고 나오기만 하면 될 일이었다.
근데 내가 떠나기 삼 일 전 행정원장이라는 사람이 나를 다그쳤다.
"다히씨 일처리 그렇게 하면 안 돼요, 다희 씨 때문에 피해 보는 사람이 몇 명인 줄 아세요?"
나는 사실 전 직장을 도망치듯 빠져나왔다.
직장동료와 결이 맞지 않아 사직서를 몇 번이고 냈는지 모르겠다.
끝내 나는 직장동료의 괴롭힘을 견디지 못하고 도망치듯 빠져나왔다.
그렇게 나는 그 직장과는 다시는 보지 말자라는 속으로의 다짐을 하며 마무리 지어지는 듯했다.
새로운 직장은 집과의 거리도 가까웠다. 삼십 분 이상 걸린 직장에서 십 분 안팎으로 걸린 직장에 기름값도 덜 쓰겠다는 안도감을 가지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출근을 하게 되었다.
새롭게 출근한 신입은 총 7명이었다.
7명을 대상으로 회사에서는 직무교육을 하였고 나의 업무분담도 알게 되었다.
상사가 나에게 말했다.
다히씨는 "카페매니저"로 일하게 될 것입니다.
당황스럽고 놀라웠지만 일단 고개를 끄덕이고 수긍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카페에서 알바를 하라는 말인가?"
상사가 다시 내게 말했다.
"카페에서 전반적으로 이루어지는 업무를 다 맡게 되실 거예요, 예를 들어 인력관리, 재료관리, 기계장비관리 등등..."
일단 오늘은 첫날이었다. 나는 출근 첫날 망설여지기 시작했다....
회사에서는 직무교육 중 근로계약서 작성을 하며 우리에게 말했다. 두 번의 성과급이 있어요. 60% 나올 것이며 명절 2번 주어질 겁니다.
그 누구도 월급을 제외하고 돈을 두 번 더 주겠다는데 마다할 사람을 없을 것이다.
그렇게 나는 출근 첫날 금융치료에 꼴까닥 넘어가고 만다.
그리고 다음날이었다,
출근 준비를 하는 발걸음이 무거워졌다.
눈치도 없는 우리 상사는 또 내게 아침부터 업무 분담을 또 한 번 친절히 알려주었다.
"카페는 사무실과 거리가 있어요, 그러니 차량으로 이동하시는 게 좋고요, 아! 아직 카페가 많이 낯설으실 테니 매일 가셔서 현금도 수금해 오시고 재고파악도 하시는 게 좋겠어요."
그렇다.
카페는 사무실과 1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었다.
그리고 더더욱 문제점은 주차공간이 없다는 점이다.
아니다 최고의 문제는 나는 초보운전이라는 점이다. ㅠㅠㅠ
상사의 차를 타고 카페로 향해 가는데 상사는 자꾸 들뜬 마음을 숨기지 못하는 듯 내게 자꾸 이것저것 요구를 하기 시작했다.
"일반 카페처럼 세트메뉴도 좀 있고 베이커리도 다양하고 필요하다면 오븐도 구매하고 좀 갖춰진 공간을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나는 대답했다.
"그렇죠 크로와상과 아메리카노를 묶어서 브런치메뉴처럼 5000원에 판매하면 좋을 듯싶네요"
그리고 속으로 생각했다.
카페는 어떤 모습일까.... 기대가 왜 되는 듯 안되는 것일까...
"내리세요"
"여긴가요?"
오래된 건물인 듯 보이는 곳에 연두색 페인트칠을 한 1층에 8평 남짓한 공간이 보였다.
여기였다.
그리고 일하시는 분들의 연세는 70대였다.
노인일자리 기관에서 노인분들의 일자리 보장을 위해 만들어진 사업 중 하나였기에 그리고 워낙 일한 기간이 오래되셨다고 하시기에 나이가 많은 건 신경 쓰이지 않았다.
문제는 나였다.
자신이 없는 나였다.
나는 허름한 공간에서 카페운영을 하는 건 개의치 않았다.
다만 눈에 보이는 한 가지가 있었다.
물건 조달은 아마 내가 해 드려야 될 것이라는 생각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그 생각의 현실이 출근한 지 3일 만에 이루어지고 만 것이다.
-다음 편에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