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째 같은 책을 읽고 있는 내게 찰싹 붙어 펼친 페이지나 앞표지의 제목을 큰 소리로 읽던 아들이 불쑥 꺼낸 말이다.
아들은 세계사에 관심이 많다. 세계지도를 펼쳐 놓고 이곳저곳 구경하길 좋아하고 국기책이 너덜너덜 해질 때까지 읽고 또 읽는다. 그에 반해 나는 세계사에 관심이 없다. 그래서 아들이 매번 선물이라며 건네는 세계지도나 국기책을 건네며 아무 곳이나 펴고 문제를 내보라는 식의 놀이에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
이도 횟수가 반복되고 차곡차곡 쌓이면서 내 안에 미안하고 부끄러운 마음이 점점 짙어지기 시작했다. 정말 딱 그랬다. 그때 발견한 것이 <요즘 어른을 위한 최소한의 세계사>라는 책이다. 제목에 붙은 '최소한'이라는 단어가 나에게는 '최대한'의 무게감으로느껴졌다.
하지만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문명의 시작에서 현재는 사라지고 없는 나라로 끝나는 책을 덮으며 세계사를 좀 더 깊이 있게 읽고 싶다는 생각에까지 미쳤으니 말이다. 암튼 좋은 반응이다.
여기에 아들도 매번 내 옆에 붙어 읽고 있던 책에 관심을 보였다. 우리는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 장소, 상황들을 촘촘하게 공유했다. 대부분은 내가 몰라 질문하면 아들은 "아, 그거요." 하는 반응으로 대답해 줬다. 그러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세계사 책을 나에게 추천도 해줬고 내가 읽고 있는 책을 다 읽으면 읽어보겠다며 기다리기도 했다.
예전 도서관에서 들은 수업 중 강사님의 말씀이 이제야 이해가 됐다.
같은 책을 아이랑 공유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인 줄 아시나요!
정말 이번 책을 읽으며 책 내용으로 가장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솔직히 아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걸 관심 있게 물어보는 엄마가 좋았을지 모른다. 여기에 자신보다 모르는 게 많은 엄마가더 신기해했는지도 모르겠다.
오늘도 아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국기를 공모양으로 그린 '컨트리볼' 그림을 선물이라며 그려 내 책상 앞 창가에 올려 둔다. 햇볕이 잘 드는 창가에 세계지도며 컨트리볼 그림들이 전시관 못지않게 전시되어 있다. 오직 나만을 위한 갤러리인 내 방에서 기분 좋게 책을 펼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