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사혈을 했다. 찌릿하고 묵직함이 아직도 여전하다. 좀처럼 붓기도 가라앉지 않아 신발도 제대로 신을 수 없다.
이렇게 꼬박 30일이 지났다.
더위를 쫓기 위해 세탁실에 딸린 창고에 보관 중이던 선풍기를 찾다 일어났다. 그곳은 최근잦은 비로 잔뜩 습해져 있었고 여기에바닥이 미끄러운 슬리퍼까지 신은 것이 화근이었다.
순식간에미끄러졌다. 내 두 다리는 사정없이 벌어지다 그곳에 꼭 필요했던 수납장을 브레이크 삼아 멈춰 섰다. 자동차의급브레이크를 밟으면 노면에 스키드 마크를 남기듯 내 발목에도 일직선으로 상처를 남겼다.
고통은 '악 '소리보다 먼저 전신으로 번졌고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상처 주변이 빠르게 부어올랐다. 다행히도 걷지 못할 정도는 아니라 상처 주변을 소독하고 연고를 발라 마무리했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니 붓기가 많이 가라앉아 있어 시댁 제사 음식도 다 장만했다. 그렇게 또 하루를 보내고 아침에 깨어보니 간밤에 코끼리 다리와 맞바꾼 것이 아닌가 의심했다. 이건 절대 사람의 발목이 아니었다.
주말이라 정상적인 진료가 힘드니 월요일에 병원 진료를 받기로 스스로 다짐하며 참고 견뎠다. 시간이 점점 흐를수록 발목의 붓기는 더 심해졌고 이러다 걷지도 못할 것 같은 불안에 급기야 야밤에 응급실을 찾았다.
응급실 의사는 내 상태를 보더니 며칠을 어떻게 참았냐며 미련한 사람 대하듯 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뼈에이상은 없었고 인대 손상이 의심된다며 깁스를 했고다음날 내원을 처방했다.
그렇게 다음날 아침 다시 내원해 정형외과 진료를 받았다. 담당 의사는 내 상태를 확인 후 초음파 검사와 ct검사를 의뢰했고 소견은 수술할 정도는 아닌 경미한 인대 손상이라고 했다. 그렇게 2주 반깁스와 약물 치료를 하면 많이 호전될 거라 진단했다.
나는 놀란 가슴 쓸어내리며 다행이라며 스스로 다독였다. 하지만 좀처럼 다리 부기는 빠지지 않았고 이런 내 상태를 본 지인들은 하나같이 입을 댔다. 그렇게 떠밀리 듯이 한의원을 찾았고 2주를 일주일에 세 번 침 치료를 했다. 이것도 그때뿐 낫는가 싶다가도 다음날이면 어김없이 발목은 다시 부어있었고 어느 순간 빠진 멍이 다시 들었다.
멍을 보는 순간 덜컥 겁이 났다. 미처 의사가 발견하지 못한 치명적인 이상이 있는 건 아닌지 의심이 마음에 자리 잡았다. 그렇게 최초 내원한 병원을 다시 찾았다. 하지만 내 걱정은 염두에도 없단 듯이 의사는 낫고 있는 중이라는 말로 진료를 끝냈고 사람마다 낫는 속도가 다르고 유독 내가 더딘 편이라며 진통제를 한가득 처방해 줬다.
그래 의사가 괜찮다는데 뭐가 걱정이야. 불안을 없애 버리자!
스스로 최면 걸듯 다독이니 한결 마음이 가라앉았고 진통제와 부기 빼는 약이 효과가 있는 듯했다.
오늘은 아들이 삼 개월 동안 토요일마다 활동한 영상 동아리 중간 발표회가 있는 날이라 참석했다. 운동화를 신을 수 없어 새로 구입한 큰 크록스를 신고 두어 시간 앉아 있었다. 점점 발이 아프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발등이 신에 끼어 너무 아파 더 이상 신고 있을 수 없어 벗었다. 고개를 숙여 발을 보니 발목부터 발가락까지 부을 대로 부어 상태가 말이 아니다.순간 겨우 가라앉힌 불안이 불쑥 존재를 드러내며 울컥 눈물이 났다. 발목을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한다. 종일 팅팅 부은 발목과 발은 신 안에서 까져 쓰라리기까지 하다. 이런 내 상태를 의사는 낫고 있는 중이라는 말로 한 달을 방치한 것 같아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