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생일을 대하는 자세
미우나 고우나 내 편
2023년 새해를 이틀 앞둔 12월 30일 진정 남의 편이며, 아들의 아버지 되시는 분의 생일이었다.
어릴 적 친정엄마는 우리 남매의 생일은 쉽게 잊은 후 “죽 안 먹었으면 됐지 뭐!” 자기 잘못과 우리의 아쉬움을 가벼운 말로 대신했다. 그러나 정이 특별하지 않은 친정아버지의 생신상만큼은 자신의 솜씨를 한껏 뽐내며 정성으로 차렸다.
모전여전이라고 했던가. 나도 엄마를 똑 닮았다. 내 생일은 일 년 365일 중 그냥 지나가는 하루인 반면 남편의 생일은 달력에 빨간색으로 동그라미를 그렸다. 그도 모자라 별 표시를 동그라미 주위로 빼곡히 장식했다.
남편 생일 며칠 전부터 장을 봤다. 미역국을 끓이기 위해 국거리용 소고기를 장만하고, 구색을 맞추기 위해 나물거리인 콩나물, 시금치, 무도 샀다.
잔치, 아니지 생일상에 빠지면 섭섭한 잡채를 만들기 위한 재료와 기름에 노릇노릇 전 붙일 애호박도 샀다.
비린 맛을 싫어하니 생선구이는 필요 없다. 나물의 최고봉 고사리와 도라지도 싫어해 사지 않았다.
드디어 생일 전날 저녁, 미리 준비한 재료를 다듬었고, 팥도 쫀득쫀득하게 삶아 준비해 뒀다.
아들도 겨울 방학이고, 남편의 회사도 창립기념일이라 의도치 않은 모두의 쉬는 휴일이 되었다.
잠들기 전 남편과 아들은 늦잠을 예약했다.
평소와 같은 새벽에 나는 눈을 떴다. 새벽 운동도 했다. 개운하게 샤워도 끝내고, 남편의 생일상 차리기에 돌입해 본다. 남편을 남의 편이라고는 했으나 누구보다 2022년을 우리 모자를 위해 고생했다. 2023년 새해에도 건강하고 성실한 모습을 기대해 본다.
우선 남편 주위 여러 잡귀(주식투자라던지, 집을 사라는 이야기에 귀를 막길)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팥밥을 지었다.
출산에 고생한 시어머님의 고마움도 생각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소고기 듬뿍 넣고 미역국도 푹 끓였다.
세상 제 잘난 맛에 빠진 그를 위해 절대 혼자서는 살 수 없단 걸 알게 하기 위해, 여럿이 부대끼며 어우러져 삶이 더 풍성하고 재미있는 한 해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잡채도 했다.
무채색의 삶이 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초록초록을 넣어 구색 갖춘 삼색나물도 무쳤다.
혼자가 힘들 때 누군가의 도움으로 조금 더 나은 한 해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밀가루 곱게 묻혀 호박전도 만들었다. 별것 없는 듯하지만 나름 남편이 좋아할 만한 것들로 입맛 돋우는 음식으로 준비했다.
2023년 새해에는 남편이 좀 더 건강하고 밝은 삶이 될 수 있길 희망한다. 아들과 조금 더 친해지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도 듬뿍 담았다.
남편님, 생일 진심으로 축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