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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모 비아토르 Dec 08. 2022

넌 어떻게든 잘할 거라 믿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들었던 말 중에 인상 깊었던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다. 상처가 되고 듣기 싫었던 말은 이미 머릿속에 지우개로 다 지워버린 탓인지 기억이 안 난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인지, 진짜 기억이 안 나는지는 시간과 정성을 기울여 생각해야 한다. 아마도 내 마음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가 이미 작업을 끝내고 무의식 밑바닥 구석에 처박아 두었는지 모르겠다. 


나름대로 삶에서 많은 도전과 변화가 있었다. 도전과 변화의 시작점에서 주위 사람들은 “참 피곤하게 산다, 지금 현실에 만족하면 됐지. 뭐하려 고생을 사서 하냐?, 그거 한다고 뭐가 되겠니?” 등의 얘기를 들었다. 이후 여러 차례 도전과 변화를 거치며 사람들의 반응은 달라졌다. “넌 어떻게든지 잘할 거라 믿는다.”라고 말했다. 도대체 내가 어떤 이미지로 비쳤길래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도전과 변화의 초기 아무런 결과물도 나오지 않을 때 사람들은 불안과 걱정의 눈초리로 나를 바라보았다. 여러 번의 실패와 시행착오가 있었다. 또한 삶에서 한 단계씩 올라가기도 했다. 그때마다 이쯤 하면 포기할 때도 됐는데 포기하지 않고 미련할 정도로 뭔가를 붙잡고 있는 모습을 사람들은 보았다. 끝까지 시도하고 노력했지만 눈물을 머금으며 내려놔야 하는 순간이 있었다. 마음은 아팠지만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나 미련 없이 털 수 있었다. 때로는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열심히 노력하고 변화를 시도해서 좋은 결과물을 얻기도 했다. 


인생은 알 수 없었다. 뭔가를 열심히 수고한다고 해서 항상 좋은 결과가 기다리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인생은 과정임과 동시에 결과임을 인식하며 그저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하고 싶었다. 그것은 후회하지 않는 지금 이 순간을 살고 싶은 욕심이었다. 


사람들은 내가 어떻게 하든 잘할 거라 믿어준다. 잘한다는 의미는 항상 좋은 결과물을 낸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저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 할 거라 믿는다. 믿어주는 대로 된다고 했던가? 어떤 책에서는 “믿는 만큼 크는 아이들”이란 책 제목도 있었다. 아이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어른인 나도 믿어주는 만큼 계속해서 성장한다는 것을 직접 체험했다. 


참 신기하다. 내가 불안하고 위태롭게 느껴지는 순간에 “너는 어떻게 하든 잘할 거라 믿어.”라는 말을 들으면 그렇게 불안하던 내가 든든한 소나무처럼 단단하게 땅을 딛고 하늘을 향해 손을 뻗고 있는 느낌이 든다. 내가 어떤 형편에 있든지 누군가 나를 진심으로 믿어준다는 것은 내가 살아갈 크나큰 힘이 된다. 


낙담하고 쓰러지고 싶다가도 그 말을 되뇌이면 다시 툭툭 털고 일어나 앞으로 나아가게 된다. 마음속에 자아가 말을 건넨다. “미영아, 세상에는 너를 믿어주는 사람들이 있다. 너를 응원하고 기도해주고 있다. 일어나자.” 그 말 한마디가 변화와 위기 앞에서 비틀거리는 나를 살리고, 일으켜 세운다. 


여기서 한 가지를 깨달았다. 사람은 변화가 가능하다. 다만 약점을 뜯어고쳐서 보완하기보다 그저 믿어주고 기다려주고 응원해줄 때 스스로 동기부여를 하고 성장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것이다. 백 마디 잔소리보다 한마디의 말 “난 너를 믿어.”가 포인트이다. 


내가 듣고 싶은 말을 누군가에게 해준다. 특별히 나의 두 자녀들에게 때때로 말한다. “현준아 현우아, 엄마는 너희를 믿어.” 

큰아이는 때때로 말한다. 엄마는 현우가 저렇게 행동하면 어떻게 되는 줄 알면서 왜 가만히 있어. “현준아, 현우가 스스로 하겠다고 했으니 일단 믿고 기다려보자. 현우가 스스로 해보고 안 되면 경험이 되는 거야. 나쁜 행동이 아닌 이상은 믿고 기다려주자. 나도 너를 믿고 기다려주잖니?” 


비로소 알게 되었다. 우리는 서툴고 실수하는 존재이다. 그러나 존재 자체로 믿어주는 관계가 된다면 자기 신뢰가 생기고 앞으로 더 성장할 수 있다. 누군가가 무조건적으로 믿어줄 때 스스로에 대한 신뢰가 쌓인다. 자기 신뢰가 높은 사람은 또 다른 사람을 신뢰하는 관계를 형성한다. 인생은 돌고 돈다. 관계도 돌고 돈다. 마치 그물망처럼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내가 받은 신뢰를 통해 타인을 신뢰하고 그 타인은 또 자기 신뢰가 생겨 타인을 신뢰하게 된다. 


믿음과 신뢰가 이만큼 중요하다. 내가 지금 세상을 어떻게 보느냐도 믿음과 연관되어 있다. 나는 나와 타인, 세상을 신뢰하는가? 불신하는가? 

세상을 신뢰한다고 해서 상처받지 않고 늘 믿음직스러운 관계를 맺는다고 보장할 수 없다. 그러나 작은 믿음의 씨앗이 누군가에게 희망과 에너지가 된다. 자기 신뢰가 생긴 그 누군가는 또 다른 누군가에게 희망과 에너지를 주는 전달자가 될 수 있음을 기억하자. 

오늘도 나 자신과 자녀들에게 말한다. “나는 너를 믿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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