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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모 비아토르 Jun 15. 2024

어떤 삶을 살고 싶니?

너무 애쓰고 수고했다

2024년 2월, 한참 영남알프스 고지를 향해 산을 오르고 있을 때였다. 그날은 세 개의 산을 한꺼번에 오르는 힘든 일정이었다. 첫 산을 오를 때부터 머리가 아파오더니 머리가 깨질 듯이 쑤셨다. 2봉까지 찍고 마지막 3봉은 포기해야 하나 내적갈등이 심했다. 그러나 두 아이들이 나와 함께하고픈 눈빛이 읽어졌기에 무시할 수 없어 죽을힘을 다해 올라 그날의 목표였던 3봉을  찍었다. 그 이후에도 자주 없던 두통이 자주 그리고 반복해서 나타났다.


없던 증상이 생기고 불규칙적이던 게  규칙적이게 되자 불안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두통약을 먹어도 약빨이 들지 않는 순간이 왔다.

3월이었다. 안 되겠다 싶어 신경과에 갔다. 요 며칠 계속되는 두통으로 일상생활이 깨지기 시작했다.

피검사를 했다. 중성지방 수치가 높다며 2주 치 고지혈증 약을 처방해 주었다. 약을 다 먹으면 다시 오라고 했다.


열심히 약을 먹었다. 두통도 좀 나아지는 듯 보였다. 당시 심리치료프로그램개발로 주말과 퇴근 후 모든 시간을 그곳에 쏟아부었기에 중성지방수치가 높다는 말을 그냥 지나쳤고 약을 먹어 괜찮아져서 다시 병원진료도 가지 않았다.


4월 19일 프로그램 개발 초안 제출 후 여유가 생겨 매일 걷기 운동을 시작했고 6월 1일  이전까지 열심히 걸었다.


그러나 6월 1일 교회예배를 마치고 집에 와서 낮잠을 자고 일어났는데 몸 상태가 심상치 않았다. 낮잠을 자도 보통 30분 이내인데 이날은 2시간 30분을 자고 일어나도 마치 지난밤 밤을 꼴딱 새운 것처럼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다음 날부터 속이 미슥거리고 어지러움이 시작되었고 기운이 없고 무기력해졌다.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숨이 차고 몸이 땅으로 꺼지는 느낌마저 들었다.

그렇게 하루.. 이틀.. 5일이 지나도 나아지는 기색이 없어 링거라도 맞아야겠다 싶어 토요일 이른 아침부터 병원에 갔다.


그제야 지난 3월 중성지방 수치가 높다는 의미가 500 이상의 위험한 수치였고 다시 병원에 오라던 의사의 말을 흘러들었다는 것을 자각했다.


다시 여러 검사를 거치고 나서 중성지방 수치가  입원할 정도의 심한 위험 수준인 1000을 넘었다는 걸 알았다. 뒤늦게서야 나의 건강 적신호를 숫자로 인식했고 지난 시간 참으로 내 몸을 방치하고 위험신호를 무시했던 내가 미웠다.


새벽 4시 45분부터 시작된 하루. 그 끝시간까지 직장, 가정, 프로그램개발, 자기 계발로 애쓰고 수고했던 그 시간 동안 나는 정작 몸을 돌보지 않고 뭘 했을까?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괜찮다 하면서 뭘 그리도 애를 쓸까?

이제야 내 몸 하나 마음대로 되지 않는 걸 몸소 느끼며 몸부터 챙기는 게 급선무라는 걸 깨닫는다.


나에게 쉼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애쓰고 수고했다.

느리게 그리고 쉬어 가도 괜찮으니까.

이제 내 몸 상태 속도에 맞추어 가자.

내일까지 심리치료프로그램 보충할 회기 마감하고 천천히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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