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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모 비아토르 Nov 14. 2024

어떤 삶을 살고 싶니?

2,290원의 행복

매일 반복되는 삶 가운데 나를 행복하게 하는 건 무엇일까?

직장에서의 인정, 매달 한 번의 월급, 자녀의 성적표...

문득 나의 행복은  소소한 것에서 온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요즘은 이전 출근보다 늦은 매일 새벽 6시 35분 지하철을 탄다. 7시 10분에 지하철에서 내려 직장까지 15분 정도 걷는데 그 사이에 잠깐 방향을 이탈한다.

행복한 방향 이탈이라고나 할까?

그것은 바로 cu편의점에서 1300원 삼각김밥과 990원 딸기우유를 만나기 위해서이다.

아직 잠이 덜 깬 상태에서 지하도 계단을 올라와 지상의 차가운 공기와 맞대면하면 뱃속 깊숙한 곳에서 배고픔의 알람이 울린다.

이 배고픔의 허기를 채워야 직장에서 여전히 활기차고 명랑하게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신호를 보내는 것 같다.


언제부터 그랬는지 모르겠다. 괜스레 바로 직장으로 직행하기 싫은 때가 찾아왔다. 처음엔 커피를 사봤다가 때론 삼각김밥만 사봤다. 이것저것 사 본 끝에 스팸삼각김밥과 딸기우유의 절묘한 조합을 발견했다.

삼각김밥과 딸기우유를 입에 넣는 순간 세상 모든 것을 얻는 것처럼 행복하고 없던 힘이 불끈 솟는다.


하루를 시작할 에너지를 공급받는다. 내가 그렇게 단순했나 싶기도 한데 행복하면 그만이지 뭔 말이 더 필요해?

지치고 피곤한 몸으로 하루를 시작할 때마다 내게 행복을 주는 건 그리 크지 않아도 된다.

바로 2,290원만으로 행복을 느낄 수 있다. 사람은 행복의 기준 사이즈를 넓히느라 지금 현재 자기 자신에게 있는 일상의 행복 요소들을 놓칠 때가 많다.


훗날 일상을 흔드는 위기가 찾아왔을 때 비로소 당연한 줄 알았던 그 일상을 그리워하고 원래 평온한 일상은 당연하지 않음을 뒤늦게 깨닫는다.

인생의 위기는 예기치 않은 순간에 언제든 찾아온다.


오늘 하루...


당연한 줄 알고 있는 일상의 평온함을 온전히 누리고 지금-여기에서의 삶을 살아가자.

참새가 방앗간을 못 지나가듯 나는 오늘도 2,290원의 행복을 누리기 위해 이른아침 출근길 편의점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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