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끼 Mar 02. 2022

박시백, 고려사1

형만 한 아우 없다. 

 따끈따끈한 신간이다. 박시백의 '조조록'을 워낙 재밌게 읽었기 때문에 '고려사'가 나왔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속으로 호들갑을 다 떨면서 구매했다. 내가 '조조록'을 중학교 때인가, 고등학교 때인가 친구 류 모 군 덕택에 일게 되었는데 지금까지도 심심풀이로 가끔 꺼내 볼 정도로 좋아하는 만화이다. 특히 일반적으로 접하기 힘든 조선왕조실록의 디테일한 부분, 사건과 인물에 대한 평이 매력적이었다. 


'고려사'도 '조조록'과 같이 태조-혜종 실록, 정종-광종 실록 이런 식으로 나올 것이라 생각했는데 시대별로 5권으로 출간한다고 한다. '조조록'이 20권이었던 거에 비하면 너무도 적은 분량이라 실망스러웠다. 고려 실록이란 것이 현재에는 존재하지 않고 2차 사료인 고려사와 고려사절요를 자료로 삼아야 하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을 거 같다. 택배를 받자마자 포장을 뜯어 단숨에 읽어내렸다. 


총평을 말해주자면, 혹시 '조조록'의 향수에 젖어 그런 느낌을 원한다면 사실 실망이 클 수 있다. '조조록' 때는 재위 기간이 짧은 왕들도 꽤나 세세하게 언급하고 넘어갔는데 '고려사'에서는 태조를 제외하고서는 광종도 분량이 빈약하며 혜종과 정종은 '조조록' 때의 일개 재상보다 분량이 적은 기분이었다. 추존왕의 추존 과정이나 묘호를 어떻게 정했는가 같이 세세한 것을 알려주는 것이 '조조록'의 큰 매력이었는데 '고려사'에서는 그런 것을 느낄 수는 없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 조선왕조실록에 비하면 '고려사'는 빈약한 사료이고 거기다가 고려 초의 내용은 삼국사기도 더하여 참고하여야 하는데 삼국사기는 더욱 빈약하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은 사실 작가의 역량이라기보다는 애당초 사료가 적어서 그렇다. 하지만 굵직한 인물에 대한 평을 좀 넣어서라도 분량을 늘렸으면 하는 아쉬움도 든다. 


고려사 자체가 기년체 사서이기 때문에 인물평을 하기에는 오히려 실록보다 적합할 터인데, 그런 평은 잘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편년체 사서인 '고려사절요'와 같은 느낌이다. 5권에 완결된다고 했으니 큰 기대는 하지 말아야겠지만 '고려사'의 기록이 성종 이후에는 꽤나 풍성해진다고 하니 기대를 걸어본다. 2권 나오면 또 호들갑 떨면서 사겠지만 실록의 디테일함을 살리지 못한다면 기년체 사서 특유의 인물론으로 이야기를 풀어보면 어떨까 하는 고언을 드린다. 

작가의 이전글 박찬국, 현대 철학의 거장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