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그런 학습만화로 전락해버린…
고려사1을 리뷰한 것이 얼마 되지 않은 거 같은데 벌써 2권을 리뷰하게 되었다. 옛날 조조록 시절에는 텀이 적어도 1년 이상 걸렸던 거 같은데 이번에는 몇 달 사이에 바로 나와서 좀 의아하긴 했다. 성종대부터 인종대까지의 역사를 다룬다. 특히 현종 이후의 덕종 정종 문종으로 이어지는 태평성대는 그동안 매체에서 다루어진 적이 전무하기 때문에 잘 다루었으면 신선했을 거 같기도 하지만 그 기대감을 만족시켜 주지 못했다. 사실 읽으면서 일관되게 든 느낌은 초등학생 시절 읽던 학습만화를 보는 기분이었다. 초등학교 시절에야 내용 자체가 새로운 것이니 학습만화만으로 재밌었지만, 박시백 작가의 타겟층이 그리 저연령은 아닐 터 많이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작가도 그런 느낌을 받았던 것일까? 고려사를 요약한 책이라고 말미에 한 번 더 덧붙인 거 같다. 고려사 자체의 텍스트가 그리 빈약했던가 라는 생각과 함께 그러면 사실 그림만 그리고 작가의 생각은 전혀 없는 그런 만화로 전락해버렸다고 하는 탄식이 나왔다. 동북 9성의 위치를 아주 간단히 세 가지 설을 소개하고 작은 글씨로 이게 작가의 생각과 가깝다고 표시해둔 것을 보고는 헛웃음이 나왔다. 조조록 시절이라면 몇 페이지를 할애할 분량이었을 텐데 말이다.
사실 내 모든 비판은 조조록과 비교해서 나오기 때문에, 아니 그냥 고려사 자체로 봐 달라는 말을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러면 이미 나와 있는 천편일률적인 학습만화와 뭐가 다르다는 말인가? 사실 조조록이 부상한 것이 그림을 잘 그려서 그런 것보다는 세세한 스토리를 다 풀어주는 그런 맛에 수많은 독자를 사로잡았는데 스토리는 그냥 빈약한 고려사 텍스트를 그대로 옮기고 그림만 그리는 것은 특징이랄게 없다.
인물에 대한 언급도 강감찬, 김부식 정도가 그나마 상세하게 언급해준 거 같고 그 외에 인물들에 대해서는 너무 박했다. 특히 전쟁 묘사도 너무 빈약했고 3차 여요전쟁은 2-3페이지 안에 종결해버렸던 거 같다. 이래선 왜 박시백의 고려사를 읽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이 안 나온다. 조조록 까지는 바라지도 않고 또 그럴 수 없다는 것도 안다. 애초에 5권 안에 다 끝내야 하고 원전 텍스트에 대한 양도 차원이 다르니, 말이다. 하지만 단순히 그림으로 옮기지만 말고 중간에 짚고 넘어가는 시간은 꼭 있었으면 한다. 오랜 팬으로서 참 아쉬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