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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끼 Aug 09. 2022

김훈, 칼의노래

一揮掃蕩血染山河

 2000년대  상당한 열풍을 일으켰던 책이라 익숙하게 들어봤던 책이다. 아마 어린 시절 읽어 봤을지도 모르겠다. 익숙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뭔가 이런 부류의 소설은 어린 시절 많이 봤던  같은데 요즘은 이상한 아저씨 냄새가 나는  같아 꺼리게 되었다. 최근에 한산 영화도 보았고 충무공에게 관심이 많이 가서 난중일기를 읽어볼까 하다가 재미가 없어서 중도 포기하게   같아서 망설였다. ‘칼의 노래  생각과는 달리  난중일기를  구현했다고 해서   사보기로 했다.



정말 잘 읽히는 소설이다. 동양풍이 느껴지면서 살짝은 무협지 느낌도 난다. 짧게 치는 문장도 마음에 든다. ‘마담 보바리’를 억지로 읽다가 ‘칼의 노래’를 읽으니 집중해서 이틀 만에 다 읽었다. 순전히 충무공의 일인칭 시점으로 진행된다. 정유년에 백의종군하던 시절부터 시작한다. 공에게 있어 가장 힘든 시절이 소설의 시작 지점이니 상당히 지난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런 지난함, 차라리 죽음을 달라는 비참함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감당할 수 없을 것만 같은 고통으로 가득한 삶에서 경외감을 느낀다.



명량대첩과 노량대첩이 모두 묘사되지만, 실제 전투보다는 공의 내면 심리 묘사가 더 주를 차지한다. 견디기 힘든 시련과 고통을 이겨내고 기어코 불멸로 남는 한 인간의 내면을 잘 묘사했다. 일인칭 화자의 심리 묘사가 주를 차지하면 지겨운 느낌이 나기 마련이지만 김훈 씨의 담백한 문장력 때문인지 전혀 지겨움을 느끼지 못했다.



특이하게도 ‘냄새’와 관련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사람을 떠올릴 때도 공은 냄새를 떠올린다. 아마 이것은 난중일기의 묘사가 아니라 순수 창작일 것이다. 서두에 말했듯 이런 역사소설은 이상한 아저씨 냄새가 나서 싫다고 했다. 그런 나에게 대놓고 냄새를 강요하니 이열치열같이 냄새는 냄새로 치료하는 것인가, 그런 거부감이 사라진 거 같다. 김훈 씨가 최근에 출간한 ‘하얼빈’도 읽고 싶어졌다.



‘지난’하다. 내가 퍽 좋아하는 표현이다. 술에 거나하게 취하면 내 삶을 한 단어로 말하길 항상 지난했다고 말한 거 같다. 느릴 지에 어려울 난, 느리면서도 어렵다. ‘칼의 노래’에서의 공의 내면도 그래 보였다. 느리면서도 어려웠다. 그 지난함을 인내하여 불멸이 된 공에게 외경심을 갖게 된 거 같다.


‘한산도 밝은 달 아래, 수루에 걸터앉아 큰 칼 옆에 차고 수심 깊어 있을 적에 어이하여 들리는 피리 소리는 애를 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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