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킹을 시작하다.
내가 과자를 굽기 시작한 건, 엄마에게서 과자틀을 받았기 때문이다.
사실 그 날짜는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2024.5.24? 25? 이쯤일 것이다.) 그리고 그 물건은 꼭 과자틀의 역할만 있는 게 아니었는데 내가 보기에 그 물건은 과자틀이 틀림없었다. 그리고 마침, 집에 오븐이 있었고, 냉장고에는 먹다 남은 버터가 있었고, 선반에는 언젠가 부침개를 해먹겠다는 의지로 야심 차게 샀던 밀가루가 있었고, 유튜브를 검색했을 때 '쉽게 만드는 기본 과자' 레시피가 있었다.
과자를 굽기 위한 모든 조건이 충분했다. 그러니 과자를 굽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처음 구웠던 과자는 버터 과자였다. 나의 첫 작품이 너무 만족스러웠다.
그래서....
그 이후로 계속 굽기 시작했는데, 굽다 보니 있으면 더 편할 것 같은 도구를 알게 되었고
갑자기 저 도구들이 나에게 꼭, 반드시, 지금 당장 필요하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그래서 밀가루를 곱게 내기기 위한 채반,
밀가루와 계란을 섞기 위한 실리콘 주걱,
계란을 풀기 위한 휘핑기,
식힘망을 구입했다.
그리고, 나의 새로운 취미가 탄생했다.
일주일에 3번 정도 과자를 구웠다. 과자를 구우면서...
아 전기 요금 엄청 나오는 거 아니야?
팔이 아픈데... 가뜩이나 팔이 아픈데 더 아파지는 거 아니야?
설거지 왜 이렇게 많이 나와, 주부습진 생기는 거 아니야?
수도요금도 많이 나오겠네.... 뭐 이런 고민을 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과자를 구울 때에는 다른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내가 만든 과자를 부모님께 가져다드리면 맛있게 드셔주셨기에 그것 또한 기분이 좋았다.
이런저런 걱정과 고민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그에 따른 즐거움도 컸기에
나의 과자 굽는 취미는 계속되었는데,
만들다 보니, 초콜릿을 넣어 만들면 더 맛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유튜브 알고리즘을 통해 초코쿠키 만드는 영상을 보게 되었기 때문임은 안 비밀)
냉장고에 있는 초콜릿을 쪼개서 과자에 넣고 구워봤다.
그런데 좀 별로였고(그렇게 넣는 거 아니야...) 그래서 그 방법으로는 만들지 않기로 했다.
지속적으로 과자를 구우면서 남아있던 밀가루가 모두 소진되었고,
그 시점에 아, 좀 건강한 쿠키를 구워볼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어 귀리가루와 옥수숫가루를 구입해서 밀가루 대신 넣어서 만들어 봤다. 음... 귀리와 옥수수의 맛이 났다.
정직한 맛이었다.(나쁘지 않았다는 뜻)
초콜릿을 넣고 실패한 이후
새로운 시도를 멈췄다가 냉동실에 옥수수 알갱이가 보여서 옥수수 알갱이를 넣고 쿠기를 구워보기로 했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빵에 들어있는 옥수수 알갱이는 옥수수 통조림을 이용한다는 것을.....
내가 사용한 옥수수 알갱이는 정직한 옥수수 알갱이였다.
그래서 내 쿠키 속 옥수수는 이가 부러질 정도의 강도였다.
잘 모르는 상황에서는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하는지 찾아봐야 한다. 그래야 실패를 줄일 수 있다.
이렇게 두 번의 실패 후에,
옥수수 가루 뒷면에 옥수수가루만을 이용해서 스콘을 만드는 방법이 쓰여있어서(나는 그렇게 읽었다.)
나의 실험정신은 옥수수 가루만으로 과자를 구워보자에 이르렀고 실행했다.
맛은? 별로였다. 그래서 그 이후에는 옥수수가루 만으로는 만들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그 이후,
다시 엄마로부터 식빵과 마들렌 틀을 받았다.
아주 옛날 옛날에 엄마가 이 도구로 빵을 만들어 주셨던 것 같기도 하고....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아무튼 엄마로부터 이 도구를 넘겨받은 김에 식빵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다시, 유튜브로부터 식빵 레시피를 받았다. 이름이 같은 빵을 만드는 방법이 왜 이렇게 많이 올라와져 있는지 그중에서 나에게 맞는 것을 찾는 것부터가 일이었는데 아무튼 발견했다.
식빵 만들기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 반죽을 치대다가 실온에서 잠재우고 또 만지작거렸다가 잠재우고.... 한 4번 정도 한 것 같다. 그리고 식빵 틀에 넣기 위한 성형을 한 후에 오븐에 구웠다.
쿠키는 굽는 시간이 짭았는데 식빵은 굽는 시간도 길었다.
이것이 제과와 제빵의 차이인가?
암튼, 총 3번을 구워봤는데, 처음에는 뭐 그냥저냥 그럭저럭 있었고
두 번째는 귀리가루로 만들어봤는데 실패(덜 익은 것 같은 느낌... 빵은 밀가루로 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세 번째는 밀가루만을 이용해서 만들었는데 부푸는 것부터가 앞의 두 번보다 훨씬 잘 부풀었고 맛도 좋았다.
역시 빵은 밀가루로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식빵을 굽다가, 제과점에서 사 먹기에는 너무 비싼 에그타르트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에그타르트를 만들려면 생크림과 머핀틀이 필요했는데
내가 뭐 얼마나 에그타르트를 만들겠어라는 생각에 머핀틀이 아니라 마들렌 틀로 만들어보았다.
결과는? 대실패!!!(그 일에 맞는 도구가 괜히 있는 게 아니다.)
그래서 머핀틀을 구입했다. (이렇게 살림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에그타르트에 다시 도전했는데 뭐... 별로였다.
이건 제과점에서 그냥 사 먹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 생각이 맞음을 보여주는 생생한 증거가 우리 집 냉동실에 있다.(만든지 한 2주 된 것 같다.)
그래도 머핀 틀을 구입했으니, 머핀을 만들어볼 생각으로 다이소에 가서 유산지를 구입했다.
또다시 유튜브에서 머핀 만드는 법을 검색! 역시 만드는 방법은 수두룩 빽빽했는데 그중 가장 쉬워 보이는 걸로 선택했다. 유튜브에서 초코 머핀을 만들기에 우리 집에서 굴러다니고 있는 핫초코 미떼를 두 봉지 까서 넣었다.(우리 집에 뭐가 이렇게 많은 거지?) 머핀은 중간에 기다리는 시간 없이 반죽을 하자마자 빵틀에 넣어 구우면 됐는데 이런 신속함이 맘에 들었다.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성공 가도를 달리던 나의 머핀 만들기가 삐끗하는 시점이 왔다.
어느 날 엄마에게 호박가루(몰랐는데, 엄마는 가루 여왕이셨나 보다)를 받아서
핫초코 가루를 넣듯이 넣어서 머핀을 만들어 봤는데
머핀 속이 제대로 익지 않았고 호박 맛은.. 나랑 좀 맞지 않았다.
그래서 억지로 먹다가 마지막 1개는 조용히 버.... 렸....
이번 주에는 버터링 쿠키 만드는 방법을 유튜브에서 찾아봤다.
그리고 만들었다. 맛은? 지금까지 만든 것 중에서 가장 맘에 들었다.
왜냐하면... 바닐라 향이 나서 내 후각을 자극했는데 내가 또 '바닐라 오일'을 구입해서 넣었기 때문이다.
유튜브에서 레시피를 볼 때마다 넣으세요. 없으면 생략도 가능합니다.라고 해서 넣지 않았는데 문뜩 이걸 넣고 싶다는 생각에 쿠팡에서 구입. (30ml 아... 향수 크기다. 처음 받아보고 그 크기에 놀랬다) 당장 넣어봤는데 음~좋다! 맘에 들어! 없어도 되지만 있으면 좋은 것이었다.
이렇게 또 지식이 하나 늘었다.
이것 말고도 내가 늘린 살림은 500ml짜리 내열 강화유리 계량컵과 계량스푼 4종이다.
내열 강화유리 계량컵은 우유를 데우고 버터를 녹이는데 아주 잘 사용하고 있고
스푼은 구입하기 전에는 뭔가 반드시 꼭 있어야 할 것 같았는데
내가 정확한 계량을 통해 쿠키를 굽는 게 아니어서 아직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다.
그리고, 지금도 배송 중인 물건은... 주방저울이다.
항상 같은 맛을 내기 위해서는 정확한 계량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고
그 의지의 반영으로 주문했다.
이렇게 한 3개월 정도 쿠키를 만들다 보니,
밀가루의 종류가 나뉘는 이유, 왜 종류마다 오븐에 굽는 굽기가 달라지는지 등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래서, 제과기능사를 취득해야 하나?라는 생각을 잠깐 하기도 했지만
아, 그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었고 나의 이런 순수한 호기심은 그냥 즐겁게 찾아보면서 해결하고 싶어졌다.
새로 생긴 나의 취미가 나에게 어떤 지식을 얼마나 줄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뭐 아무런 지식을 주지 않는다고 해도 내 삶에 즐거움을 하나 더해 줬으니 이것으로도 충분하다.
앞으로 내가 배우는 것들에 대해 기록하면서 나의 즐거움을 낯모를 그들과 나눌 계획이다.
타인에게는 다만, 읽기에의 강요 일 수도 있다.
인정한다. 하지만, 뭐 그런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