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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미쪼 Aug 19. 2024

바다도 그렇다

<주제 글쓰기-바다>

1.

고등학교 1학년 비현실적으로 너무 예뻐 질투도 나지 않던

남아들의 우상 유진이 등장했다.

같은 그룹의 멤버인 슈는 귀여움이라도 담당했지만 

외모 지상주의였던 당시..그녀는..흠...흠..왜...왜 멤버가 되었을까 의구심이 들게 했다. 

하지만 노래를 듣고 '아직 가요계가 실력으로 사람을 뽑긴하는구나.' 싶었다.  

핑클이 등장했다. 

비슷한 포지션을 담당한 옥주현은 통통하긴 했지만 그래도 그녀보다는 이쁘다는 평가를 받았다. 

나에게 그녀도 딱 그만큼이었다.

노래만 잘하는 아이돌..


2. 

지금의 남편이 남자친구가 막 되었을 때, 나보고 SES의 그녀를 닮았다고 했다.

이유는 눈 사이가 멀어서라고 했다. 내가 더 좋아해서 사귄거라 화를 낼 순 없었지만 그때부터 그녀가 싫어졌다.


3.

그녀는 예능에서 늘 텐션을 올리는 역으로 소화됐다.

"I'm so mad~"를 외치며 손가락을 돌리고

"오빠 일어나요"라고 소리지르며, 출연자들이 부담스러워 어찌할 바를 모르는 표정을 카메라에 담기 위한 보조 역할을 했다.

지칠 줄 모르고 열정에 가득찬 그녀가 나 역시 부담스러웠다. 


4.

나도 그녀도 나이를 먹었다. 

그녀가 <JTBC 히든싱어5>에 등장했다.

히든 싱어는 대부분 가수의 노래를 많이 듣고 똑같이 흉내를 내다보니 가수의 골수팬인 경우가 많았다. 

가수가 그런 팬들을 대하는 태도, 

프로그램 이후로 이어지는 사적 만남에서 가수들이 얼마나 팬들을 아끼는지 느껴져 눈물을 자아내곤 했다.

그녀는 남달랐다.

모창자가 긴장 하지 않게 텐션을 마구 올려주었다.

모창을 좀 더 잘 할 수 있도록 바쁜 스케쥴 짬짬히 도와주고 

왕중왕전에 모창자를 응원하기 위해 녹화가 끝나고 옷도 갈아입지 않고 오는 열정을 보였다.

그 다음 시즌 왕중왕전에도 아이를 낳은지 50일만에 모창자와 함께 참여했다.

다른 어떤 가수들보다 모창자가 더 많은 무대에 설 수 있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게 도와주는 모습이 멋있었다.

이제 나도 그녀의 팬이 되고 싶었다.


5.

<골 때리는 그녀>탑걸 팀에 그녀가 합류한다고 했다.

탑걸은 탑골에서 따온 팀명으로 오래된 여자 가수들을 모아놓은 팀이었다.

뮤지컬에서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아직 가수 활동을 하는 그녀가 축구를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됐지만 팀의 텐션은 문제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독들은 필드에서 자꾸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축구를  전혀 모르는 나는 잘 이해하지 못했는데 <골때녀>를 보다 보니

내가 여기 있다고 소리 지르며 알려야 하고, 

골을 먹고 분위기가 다운될 때 서로 화이팅을 외치는 게 분위기 형성에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

그녀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번도 지쳐보이거나 힘이 빠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또한 계속 소리를 지르며 팀원을 다독이고 실수한 팀원에게 소리쳐 응원 했다.

그리고 자신이 실수하면 진심으로 사과하고 그만큼 더 열심히 뛰는 모습을 보였다.

언니들과 동생 사이에서 팀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던 그녀는

육아로 어쩔 수 없이 팀을 그만 두었다.

하지만 그 누구보다 축구에 진심이었던 그녀의 모습에 반한 팬들이 많아졌다.

나 역시 그 중 한명이었다.


6.

인스타에 그녀를 팔로우했다.

매일 사진을 올리고 답글을 달아주며 

시도 때도 없이 인스타 라이브를 켜서 팬들과 소통한다. 

그녀의 매력이 외국에도 통했는지 요즘은 알아볼 수 없는 언어로 팬들이  댓글을 단다.

나보다 한살 많은 그녀는 10대 어리고 뽀얀 피부를 가졌던 그녀보다 지금이 훨씬 아름답다.

역시 사람은 오래 보아야 예쁘다. 

바다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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