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글쓰기-달리기>
1월 첫날이니까..
무언가를 하고 싶어 안달난 날이니까..
남편과 아이와 함께 공원에 나가 잠깐 달리고 뿌듯해했다.
그러고는 겨울 내내 한번도 달리지 않았다.
추워서..아파서..피곤해서...
나가지 않을 이유는 차고 넘쳤다.
내가 달리기를 좋아하는 건가 의심이 들었다.
가만... 생각해보자. 내가 달리기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나?
음식을 좋아하고 특히 술을 좋아하고,
몸에 근육은 하나도 없고,감기에도 자주 걸렸다.
젊었을 땐 많이 먹어도 마른 몸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나이가 드니 점점 배만 볼록 나왔다.
보기 좋기 위해서라기 보다 건강하게 잘 살려면 운동은 무조건 해야했다.
또 주변에는 좋아하는 운동 찾아서 약속도 마다하고 푹 빠져 살아가는 사람들이 어찌 그리 많은지..
부러웠다.
운동이 너무 좋아 아침부터 설레는 마음이라니..
여러 운동을 시도해보긴 했다.
헬스, 테니스, 요가, 수영, 배드민턴, 탭댄스, 방송 댄스, 탄츠핏, 필라테스
그리고 달리기...
그 중에서 가장 오래한 운동이 '달리기'이다.
하지만 내가 달리기가 좋아하서 오래했다라고 말하기는 망설여진다.
단지 '장점' 많아서다.
달리기의 가장 큰 장점 무엇보다 '저렴하다'는 것이다.
집에 있는 것들을 걸치고 바로 시작할 수 있다.
레슨비, 등록비 등 아무 것도 필요없다.
달리기 처음한 날, 런데이 앱을 켜고 신던 운동화와 옷으로 시도해보았다.
2분 달리고 2분을 걷고, 3분을 달리고 1분을 걷고..
점점 시간을 늘리다보니 거짓말처럼 30분을 쉬지 않고 달리고 있었다
어랏? 나도 할 수 있잖아.
내가 흠모하는 종목인 '춤'은...
할 수 있다는 기분을 가져본 적이 없다.
동작을 열심히 외워도 흡사 오징어가 흐느적거리는 모습을 보고 만족감을 느끼기란 쉽지 않았다.
나처럼 운동 신경이 없어도 연습만 한다면 누구나 할 수 있다는 만족감을 주는
지극히 정직한 운동.
크~이런 면에선 달리기를 정말 인정한다.
또 달리기는 눈에 보이는 목표를 정하기가 좋다.
5분 달리기, 30분 달리기, 5km 달리기, 10km 달리기...
내 실력이 좋아지면 도전할 수 있는 게 점점 많아지고,
페이스가 좋아지는 것도 나빠지는 것도 수치화해서 아주 정확히, 소수점 아래 자리까지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대회는 또 얼마나 많은지...맘만 먹으면 수많은 대회에 참여해서 기록을 경신하는 즐거움도 느낄 수 있다.
다른 운동은 센터 시간에 맞춰야 하는데 달리기는 집앞에 나가는 순간부터 시작이라 내가 시간 조절을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언제든지 그만 뛰고 싶으면 들어오면 된다.
이게 단점일 수도 있는데 생각보다 한번 몇km 뛰겠다 설정해놓으면 웬만해서는 걷더라도 그 만큼 마무리하고 오려는,
생각보다 확고한 내 의지를 확인하며 한번 떠 뿜뿜해서 오게 되는 마법도 느낄 수 있다.
2월 내내 밖을 내다보며 나가야 한다는 의무감이 들었지만
나가고 싶지는 않아 마음이 무거웠다.
그런데 3월이 되고...바람이 살랑대니 누가 시키지 않아도 저절로 콧바람이 든다.
호기롭게 하프 대회 신청 탭을 꾹 누르고...
새로 산 운동화를 신고 머리를 질끈 묶고 앞으로 달릴 거라는 기분에 상쾌해진다.
그렇다. 난 달리기를 가.끔.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선택적으로..날씨와 내 기분에 따라서..
장점이 많지만 가.끔. 좋아한다 고백할 수 있는
오랜 연인 같은 달리기..
돈을 내고서라도 가고 싶고
자신있게 잘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도 그저 그 운동에 빠져 있는 내가 좋고..
눈에 보이는 결과가 없어도 아무 상관없는...
날 설레게 하는 운동..
약속보다 우선해서 정말 좋아하는 운동을 만나게 되면
어떤 기분일지 궁금하다.
새로운 무언가가 나타나면
X인 달리기에게 난 매몰차게 안녕을 외치겠지
그 전까지는 우선..
X에게 충실한 걸로.....
가.끔.은 좋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