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글쓰기-며느리>
"요즘은 며느리 번호를 저장하면 안된대요."
직장 동료가 말을 꺼냈다.
"그럼 며느리랑 어떻게 연락해요?"
"아들에게만 연락하는거죠."
"아들이 연락이 안되면요?"
"카톡으로 연락하겠죠."
가족인데 그게 말이 되냐,
그래도 이건 아니지 않냐,
굳이 알 필요가 뭐가 있냐
의견이 오갔다. 결론은 그건 선을 좀 넘은 것 같다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하지만 모인 사람 모두 40대 이상이었으니 요즘 며느리의 입장을 알 수 없는 우리들끼리의 답이었다.
두번째 주제는 내가 던졌다.
"살다보니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어떤 배우자를 만나느냐인 것 같아요. 저는 동거를 해서 충분히 서로에 대해서 알아보고 그 다음 결혼을 결정했으면 좋겠어요."
아들 가진 엄마라 그렇지 딸 가진 엄마 생각은 다르다.
서로의 가족을 알아야지 둘만 사는 동거는 큰 의미가 없다,
동거를 해야 사소한 것도 맞추어보고 맞는 지 알 수 있다,
다른 남자랑 동거한 며느리가 우리 아들과 결혼하는 건 싫다.
그래도 정서상 아직 동거는 아니지 않냐, 그건 선을 좀 넘은 것 같다..등등
이번 주제는 팽팽하게 맞서다 결론 없이 끝이 났다.
난 며느리의 전화번호를 저장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에는 반대 입장이었다.
자주 오는 택배 기사님 번호도 아는데
더 중요한 일들을 이야기해야 하는, 그것도 가족인
며느리의 번호도 몰라야 한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혹시나 하고 핸드폰을 보니 올케 전화 번호가 없다.
생각해보니 올케와 통화해 본 적이 한번도 없고, 카톡으로만 메세지가 오고 갔었다.
정말 전화번호를 저장하지 않아도 가족간의 생활이 가능하구나.
며느리 입장에서 전화번호를 물어보는 시어머니에게 "굳이~"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거 문제에 대해서는
내 며느리가 다른 남자와 전에 동거를 했다고 해도
지금의 나로서는 전혀 상관없을 것 같다.
그만큼 결혼을 신중하게 결정하는구나라고 좋게 볼 수도 있고,
결국 우리 아들을 선택했으니 우리 아들을 그만큼 사랑하는구나 생각도 들테고...
엄마가 언젠가 목욕탕에 가면 착한 시어머니 지침 같은 말들이 오고 간다고 했다.
아들 집에 반찬을 주고 싶어도 꼭 물어보고 줘야 한다.
아들 집에 가면 냉장고는 절대 열어보면 안된다.
손주 낳으라는 이야기는 절대 하면 안된다.
첫째 며느리 앞에서 둘째 며느리 흉을 보면 안된다...등등
이제 두개가 더 추가 될 지도 모르겠다.
"며느리 전화 번호를 저장하면 안된다."
"동거를 한 다음 결혼 시켜라."
앞서 말한 선들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고전적인 며느리의 역할도 시어머니의 권위도 점점 사라져가는
과도기적인 시대여서인지 선이 점점 모호해지고 있다.
결론은 나지 않지만 이런 논의가 자꾸 이루어지는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우리 집안에 새로 들어와,
내가 가르쳐야 하는 존재로 보기 보다
그냥 그 자체 인간으로 봐주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음이 느껴진다.
착한 시어머니니 며늘아기니 이런 말이 없이
그냥 인간 대 인간의 관계로 정립되어가고 있음에,
역할을 강요받지 않는 가정에 살고 있음에 감사한다.
나도 며느리이고 결혼을 꼭 하겠다는 두 아들을 두고 있으니 언젠가는 시어머니가 되겠지?
그때가 되면 또 어떤 지침들이 있을지 궁금하다.
과연 난 잘 지키고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