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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너지니 Jan 08. 2024

나의 첫 외국인 친구 클라우디


기회는 불현듯 찾아왔다. 


어떻게든 해외 경험을 통해 견문을 넓힌다는

 명확한 목적의식을 갖고 시작한 대학생활이었다. 


등굣길 나의 루틴은 학교 홈페이지의 공지사항을 확인하는 일이었다. 메인 홈페이지, 국제교류원, 전공 홈페이지와 타학과 홈페이지까지 다 돌고 나서야 하루를 시작했다. 


그런 내 눈에 띈 것이 '교환학생 버디' 프로그램이었다. 해외에서 한국으로 교환학생을 오는 친구들의 버디가 돼서 체류 기간 동안 필요한 도움을 주는 것이 골자였다.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갈 점은 당시 학교 학생들 사이에 국제교류 프로그램은 널리 알려진 것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토익 성적이 있고 조금만 관심을 갖고 있다면 누구나 쉽게 프로그램의 문을 두드릴 수 있었다. 나도 별도의 면접 시험 없이 버디가 배정됐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하필이면 독일인이었던거다! 내가 한번도 관심을 가져보지도, 언어를 배워보려고도 노력하지 않았던 나라였다. 나는 독일에 대해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부랴부랴 페이스북을 통해 독일어를 전공한 고등학교 친구에게 연락했다. 살면서 처음 만나는 독일인에게 독일어로 환영사를 외워서 말해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맹연습을 하고 공항으로 향했다. 버벅거리며 준비한 인삿말을 건넨 내게 클라우디는 짧은 한국어로 화답해줬다. 그렇게 우리는 친구가 됐다.


그녀가 한국에서 지낸 6개월 남짓한 시간 동안 나는 한국을 사랑하는 외국인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 한국의 언어와 문화에 관심을 갖고 배우려는 태도를 가진 겸손한 친구가 내 첫 외국인 친구라는 사실이 지금도 참 신기하고 감사한 일이다.


우리는 크리스마스에는 함께 케이크를 만들고, 명절엔 집으로 초대해 가족들을 만나고, 근교로 함께 놀러다녔으며, 콘서트 티켓을 구해 동행하기도 했다. 그렇게 스물한살 여름에 만난 친구와 먼 훗날 시간이 흐르고 유럽에서 다시 만날 줄이야. 더구나 대륙을 건너 서로의 결혼식에까지 참여하는 사이가 될 줄은 다시 돌아가도 알 수 없었을거다.


그럼에도 이 경험은 또 한번 내 세상을 확장해주었다. 외국에 간다면 당연히 영어를 쓰는 나라에 가겠지 생각했던 내게 유럽이라는 세계를 열어준 친구였다. 그 덕분인지 20대 내내 나는 유럽과 꽤나 밀접한 인연을 맺고 영원히 잊을 수 없을 추억들을 만들게 된다.



클라우디에게 처음 보냈던 이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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