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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윤범b Apr 24. 2024


그대에게는 적이 있다. 나는 수많은 적을 보았으며.. 

당신이 상대하는 나는 모두에게 적이리라.


Picasso Massacre in Korea


동서양의 싸움이 한때 일본과 미국의 전쟁으로 표시되었다면 지금은 중국과 미국 사이에 흐르는 차가운 분위기로 큰 긴장감이 돈다. 그전에 수많은 유럽 국가들이 아시아를 넘봤고 침략했으며 이 나라 역시 피해 가지 못했다. 놀랍게도 우린 프랑스와 싸움을 한 적이 있다. 프랑스인 가톨릭 신부 9명이 조선에서 처형당하자 그들은 배를 보낸다. 강화도에 프랑스 함대가 쳐들어오며 그때의 전투를 병인양요라고..

그 싸움은 조선의 천주교 탄압이 빌미가 되었다. 흥선대원군의 정치적 입장이 있었다고 하며 나는 잘 모르는 일이다. 아무튼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포르투갈 등의 나라들이 아시아로 왔고 동서양의 문화가 만나는 계기가 된다. 그러나 헤어짐은 힘든 것이었기에. 모두 문화를 발전시키기 위해 싸우는 일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마저 들고는 한다. 

인류의 진화를 위한 과정인지도 말이다. 인간은 늘 전쟁과 다툼으로 발전하고 진일보해온 것을 볼 때 실체 없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이제는 피마저 섞는 시대다. 

난 그들에게 상처받았다. 같은 부류 혹은 같은 종족에게 버림받았다는 생각이 들면 그는 누구를 만나려 할까. 나는 어릴 적 피부가 하얗고 뺨에 주근깨가 난 여자애에게 돌맹이 던지는 일에 가담한 적 있었고 지금까지도 부끄러운 과거로 남았다. 다른 피부 다른 인종이라는 이유로 우린 그 호주 아이를 괴롭히기에 이르렀는데 난 서양인을 좋아한다. 어쩌면 그때도 난 그 아이를 좋아했는지 모른다. 그저 난 그 동네 한 무리의 아이들 사이에서 여전히 존재하려 했던 것인지도.

이 시대의 싸움은 조금 달라진 듯하다. 내 편을 버리고 상대편에 서려는 그 심리는 더욱 복잡해져만 가고. 당연히 우린 중국의 편에 서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나는 그 국가에 대한 혐오감이라도 키운 듯 그 나라 언어를 배척하고 차라리 그쪽으로 가겠다며 영어를 쓴다. 코로나19 시절을 지나온 뒤 드는 생각은 그런 것이다. 우리는 미국 문화에 더 깊이 젖어들었다. 주먹을 맞부딪혀 인사하며 그들이 만든 약에 의지하기도 하는 등.

사람들은 입가리개가 아닌 마스크를 쓰며. 그 바이러스는 중국에서 발생해 퍼져나간 것이었다.

그것이 어둡고도 큰 시나리오라는 음모론을 품은 나는 우리가 여전히 들러리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버릴 수 없었다. 내가 그 싸움의 중심에 서야만 하는가. 언제나 비관하기만 한다. 내가 늘 분노하려 하고 누군가를 향한 증오를 품으려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이 싸움에 회의적이라고 말한다. 그건 내가.

나는 한자를 잘 모르지만 그 모양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아는지 모른다. 누구도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어 내가 먼저 그런 말을 했다. 한자에는 동그라미가 없다고. 오징어게임에 열광한 서양인들은 우리 글자의 멋을 느낀 이유 때문이기도 했다는 것을. 

그 날카롭고도 직선적인 감정이 내 가슴 중심에 있어 때로 난 그것을 외면하려 한다. 난 전쟁을 원하지 않아~ 그러면서 평화를 외치며 하늘을 볼 것을. 내겐 더 이상 적이 없다. 모두가 적인 가운데 나는 그것을 두려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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