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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윤범 Oct 25. 2024

테일러의 T셔츠


 정장과 티셔츠 중 하나를 고른다면. 그래서 고른 게 코트였을까. 그런 격식 있는 옷은 매일 같이 입지 못하며. 그렇기에 난 그토록 겨울을 기다리는지. 초겨울 날씨가 내 살기 가장 좋은 환경일까. 그 가장 깊숙한 곳 가장 멋진 티셔츠를 입은 게 꿈이라면.


 집 근처에도 KIA 매장이 있는데 그곳엔 친척 형님이 오랜 베테랑으로서 있다. 최근 나온 K8이 내 꿈의 차라면. 더 크고 더 멋지고 더 아름다운 차도 있지만 굳이 K8이라니. 차에 그렇게까지 큰 뜻이 없어 그렇기도 하지만, 적어도 로고에 있어 최고에 근접했다는 생각이 들고 비용 측면에서 접근 불가능한 수준은 아닐 수 있으므로.


 너무 많이 타고 다니는 차 브랜드라는 단점도 존재하나, 그래서 브라운 실내 인테리어를 보자 알파 로메오의 어떤 차 실내를 봤을 때의 그 강렬한 기운이 전해진 것이었다. 좀 더 빨강처럼 보이는 브라운이랄까.


 차 운전대를 잡고 앉자 또 다른 기분이었다. 얼마 전 난 알렉산더 맥퀸 신발 하나를 샀는데. 할부도 아닌 일시불로. 아웃렛에서 사 조금 싸게 샀지만. 스니커즈 밑창에 부츠 밑창을 덧댄 듯한 그 괴상한.


 어쩌면 길이 남을 지도 모를. 돌아오는 길 그 무게에 후들후들했다. 상자는 또 뭐 이리 크게 만들었나 하며 기쁜 마음으로 집에 온다. 차도 없는 놈이.


 마침 퇴근을 준비하던 형님이 있어 불쑥 매장 안으로 들어가 사진도 찍고 차에도 앉아 본다. 어느 매장에서나 가능한 일이지만 좀 어렵기도 한. 평소 안부조차 묻지 않았지만 용기 내 들어간다.



 의자에 앉아 커피 마시며 보는 자동차란, 뭐랄까 아는 사람 하는 박물관에 와 예술가들의 고통을 느끼는 기분이랄까. 내 고통 아닌 건 아름다운. 꼭 그래야만 하는 것처럼.


 그러고 보면 자동차 세단 광고에서는 늘 정장 입은 남자들이 멋진 시계 차고 폼 잡으며 운전하더라.



 마이바흐 만드는 사람이 K5 타고 다니면 멋있을 것처럼. 그 K5가 가까이서 봤을 때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커피 마시며 앉은 자리에서 가장 가까이 있는 차였기 때문일지도. 내 짐작하기로는 그들이 가장 공들인 차가 K5 아니었을까. 피터 슈라이어 때도 카림 하비브 때도.


 누가 가장 옷을 잘 만드는 사람일까. 티셔츠를 잘 만드는 사람과 정장을 잘 만드는 사람. 신발이라는 또 다른 영역. 디자이너 기술자 간의 끊임 없는 논쟁 그리고 싸움. 그 모든 걸 정의하는 게 단 하나의 이름이라면.


 그래서 내가 톰 포드 코트를 입을 날은 언제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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