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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인 Apr 24. 2024

프롤로그

우리 캠핑의 역사

우리의 첫 캠핑은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2010년 내일로 기차여행


2008년 호주에서 처음 만난 우리는 2009년부터 연애를 하기 시작했고, 시간이 흘러 저는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었어요. 우리 연애가 어떻게 흘러갈지, 어디로 흘러갈지 그런 고민은 하지 않았습니다. 매일 저녁 지메일 채팅에 접속해 하루 일과를 재잘재잘 했던 기억이 나네요. 여보씨는 항상 저를 보러 한국에 오겠다고 했거든요.


2010년 3월, 그는 저의 생일을 며칠 남겨두고 인천 국제공항에 내렸습니다. 한국으로 워킹홀리데이를 온 것이예요.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가는 한국청년들을 많이 봤지만 제 생애 한국으로 워킹홀리데이를 온 외국사람을 본 것은 우리 여보씨가 처음이었습니다.


그렇게 그의 1년 한국살이가 시작되었어요.


우리는 2010년 여름 한국철도에서 발행하는 청춘들을 위한 내일로 티켓으로 전국을 돌아다녔습니다. 7만원만 내면 7일동안 기차를 무제한으로 탈 수 있는 청춘용 여행티켓이 있었어요. 기차가 갈 수 있는 곳은 방방곳곳 다니며 일주일간 너무 재밌고 신나는 시간을 보냈죠.


하지만 가는 지역마다 숙박시설에서 잠을 잤으니 캠핑이라기보다는 배낭여행에 가까운 시간이었습니다.

부산 바다, 경주 첨성대, 안동 하회마을, 보성 녹차밭 기차타고 붕붕붕


2010년 제주에서 자전거캠핑


2010년 10월 우리는 자전거와 텐트, 침낭을 꾸려 배를 타고 제주도에 갔습니다. 이것이 우리의 진짜 텐트캠핑의 시작!


기한을 정해놓고 가지 않았습니다.

가을 옷을 챙겨갔으니 겨울이 되기 전에 돌아오자,

11월이 되면 추워질테니 한달정도 둘러보자,

그렇게 10월 한달을 자전거를 타고

텐트에서 잠을 자며 한달간 쉬엄쉬엄

제주 해안선을 따라 3바퀴를 돌았습니다.

아 내륙으로 들어가서 한라산도 올랐지요, 물론!

가장 고생했지만 가장 재밌었던 최애 제주도 캠핑

제주도 자전거캠핑은 정말 와일드 그 자체였습니다.


가서 사자 했던 가스버너는 잊고 한달 내내 불을 피워 음식을 해 먹었고, 비가 오면 우비를 쓰고 자전거를 탔으며, 펑크난 자전거를 끌고 자전거집을 찾아 하루종일 걷기도 했지요.

 

빨래방도, 찜질방도 가지않았는데 빨래는 어떻게 했는지, 샤워는 또 어떻게 했는지, 그런 고생은 정말 하나도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정말 신기하죠? 아 참 재밌었다! 다시 하고싶다! 다른 곳으로 또 가고싶다! 그런생각만 남아있습니다.


저때는 제주도에 사람들이 집중되기 전이라 어느 야영장을 가나 사람이 없었습니다. 우리만 덩그러니 며칠씩 있기도 했어요. 스마트폰이 없던 때라 와이파이를 사용하기위해 카페에 가던 그런 시절의 캠핑이었습니다.




2010년 크리스마스 우리는 호주로 함께 들어갔고 그렇게 20대의 모든 시간을 호주에서 살았습니다.


호주가족들과 해안가나 섬으로 캠핑도 자주 다녔고, 여보씨와는 중국, 일본, 대만, 싱가폴, 말레이시아를 비롯해 뉴질랜드에도 갔다가 영국, 프랑스, 독일, 스페인 등등 유럽 방방곳곳을 참 많이도 돌아다녔습니다.


그러다 2016년에 우리는 한국 제주도로 이사를 왔어요. 한국에서 5년만 살다오자 그런생각이었는데 지금까지 떠나지 못하고 잘 생활하고 있습니다.


2017년 친정근처로 이사를 하고 그 다음해 친정아빠가 돌아가셨습니다. 아빠는 여보씨와 저의 손을 잡고 "잘 살아"라는 말을 남기셨죠.


잘 사는건 도대체 뭘까요?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걸까요?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아빠 덕분에 제 인생은

잘 사는 시간들이 쌓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2019년 6개월만 호주에서 살다올께요.


저는 호주 영주권이 있습니다.

호주는 영주권 신청절차도 복잡하고, 준비할 서류는 산더미며 우리나라랑 비교한다면 신청비용은 정말로 비쌉니다. 2011년 신청비용은 한화로 500만원이 넘었으니 지금은 아마 더욱 더 비싸졌을거라 생각이되요.


이 영주권을 문제없이 유지하려면 최소기준이 있어요.

5년의 기간동안 적어도 2년은 호주에서 살아야하지요. 호주에 살고싶다고해서 영주권을 주었는데 5년동안 2년도 살지않는다면 호주정부에서는 영주권을 유지하는데 조건과 제약을 겁니다. 그래서 특별한 사유가 있는게 아니라면 거주기간을 채우는 것이 해외를 오고가는데 조건없이 자유롭습니다.


2019년 저는 영주기간 6개월을 채워야했고 우리는 고민을 합니다. 호주로 돌아갈 것이냐, 잠시 한국을 떠나 6개월만 호주에 있다가 다시 돌아 올 것이냐. 많은 고민이 있었지만 한국에 머물기로 했습니다. 우리는 일을 다 그만두고 6개월을 살기위해 호주로 훌쩍 떠났어요.


2019년 7월, 그렇게 호주에서의 캠핑이 시작되었죠.

호주는 한국과 계절이 반대라 7월이면 한참 겨울입니다.

몇주간은 호주가족들과 보내고,

몇주간은 캠핑을 다녔으며,

몇달간은 남의 집에서 살기도 했습니다.


오랫동안 비는 집과 그분들의 반려동물을 돌봐주며 펫시팅, 하우스시팅을 했거든요.


한화 100만원도 채 되지않는 비용으로 산 중고 경차로 참 알뜰살뜰 돌아다녔습니다. 호주는 캠핑시설이 잘 되어있어 1달러나 2달러만 기부하면 하룻밤을 잘 수있는 캠핑장이 많이 있고, 그곳에는 항상 따뜻한 샤워시설과 공동주방이 잘 관리되어 있습니다. 강아지를 데리고 카라반이나 큰 트럭으로 캠핑을 다니는 분들을 볼 때마다 친정에 부탁하고 온 우리 캉겐이와 대추가 너무 그리웠지요. 호주에서 같이 캠핑다니면 너무 좋겠다! 여보씨랑 매일 이야기를 했어요.

우리가 이틀있던 카라반 파크의 이웃 강아지들

그렇게 강아지들과 캠핑을 다니는 꿈을 꾸기 시작합니다.


이때부터 밴라이프라는 단어를 알게되고, 6개월의 호주생활을 마치고 2020년 1월 한국에 올 때까지 우리는 밴라이프 컨텐츠를 검색하는 것이 새로운 취미생활이 되어버렸습니다. 우리가 캠핑카에 살며 밴라이프를 살고자 그런것은 아니예요. 그렇게 자세한 계획이나 대화는 없었습니다. 그저 캠핑이 좋았고 캠핑카에서 먹고사는 사람들의 영상을 보면서 우리 둘은 너무 설레고 신나고 즐거웠어요.



3개월 뒤면 월세집 계약만료인데 우리 이김에 캠핑카에서 살아볼까?


2020년 1월 우리는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4월이 월세집 계약만료였고 밴라이프 컨텐츠에 심취해 있던 우리는 저질러 보기로 합니다. 월세집 계약연장을 하지않았고, 어디로 출퇴근하는 일자리를 다시 구하지도 않았으며, 캠핑카에서 먹고살면서 한국을 돌아다녀보기로 했어요.


굶어죽진 않겠지.

단기알바라도 있겠지.

재택근무라도 있겠지.

감사하게도 신체가 건강하니

일용직이라도 난 돈을 벌 수 있다.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2020년 1월 어느날, 캠핑카 내부를 그려보며

캠핑카 살이를 준비하며 이번에도 다시 아빠생각이 났습니다.


아빠! 잘 산다는건 무엇일까요?

주말 이틀을 위해서 주 5일을 일하는 삶은 잘 사는 삶일까요?

내일 당장 죽게된다면 나는 무엇을 제일 후회할까요?


아빠 모르겠어요.

매일 아침 설레는 마음으로 눈을 뜨는 하루

그런 삶을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오늘 이시간은 아빠가 그렇게 살고싶어하던 내일이니까요.


그래서 저지릅니다.

집 말고 캠핑카 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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