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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인 Apr 25. 2024

아침에 더 일찍 눈이 떠지는 이유

과수원집으로 이사 온 첫 주는 아침 7시쯤 일어났습니다. 강아지들 모닝산책을 하고, 빗겨주고, 진드기를 잡아주고 밭일을 시작하려니 9시가 다 되었네요.


어이구


얼마전 초여름처럼 더운날이 며칠 있었잖아요.

밭일은 손도 못댔는데 아침 9시부터 햇빛이 쨍쨍하더라구요. 여보씨와 이제 한시간정도 일찍 일어나야겠다는 얘기를 했죠.


햇빛이야 어쨌든 아직 오전이고 농번기라 할일이 많으니 모자를 눌러쓰고 밭일을 했습니다. 그날 저녁부터 양볼이 후끈후끈하더니 햇빛알레르기라는 어렴풋이 어디에선가 들어봤던 간지럼증이 햇빛이 더운 시간에 나가 일을 하면 울긋불긋 얼굴에 올라오는 거예요.


아 농사일도 똑똑하게 해야지,

미련하면 않되겠구나.


왜 어릴적 부모님은 항상 새벽같이 일어나 밭으로 들로 나가셨는지 이제 알 것 같아요.



과수원으로 이사온 2째주에는 아침 5시에 일어났습니다. 강아지들 산책을 시키고, 빗겨주고, 진드기도 잡아주고 밭일을 하려니 오전 7시군요.


아 좋아요.

딱 좋아요.

선선하니 밭일하기 좋은 오전시간이 아주 넉넉하더라구요.


문제는 저녁인데, 저녁식사를 마치고 여보씨랑 무거운 눈으로 딱 10분만 누워있다 강아지들 저녁산책을 나가자 해놓고 머리를 눕히자마자 잠들었고 우리는 밤 12시에 눈이 떠졌죠.


어이구 아침 5시에 일어나려면 정말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 합니다. 하루종일 피곤하지 않으려면요, 그리고 체력소모도 많은 밭일을 하려면 꿀잠은 정말 필수인 것 같아요.


하지만 저녁식사를 마치고, 집안정리도 하고, 강아지들 저녁산책도 시키려면 밤 12시 이전에 취침하긴 정말 힘들어보이는데 계속 아침 5시에 일어날 수 있을까요?


이 세상에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면서도 에너지가 넘치는 많은 분들은 그 많은 할일과 숙면의 균형을 어떻게 잘 맞추고 계신걸까요?



지금은 아침 6시쯤 일어나고 있습니다. 7시든, 5시든, 요새 일어나는 6시든, 알람은 없고 눈이 떠지면 일어나는게 그 시간이예요.


어쩜 스프링처럼 번쩍번쩍 일어나는지 저도 참 신기해죽겠어요. 밭에, 과수원에, 오늘은 더워지기 전에 뭘 해야하는지, 뭘 하고싶은지, 아 빨리 나가 오늘은 이거 이거를 다 해놓고싶다 이런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하다니까요. 하지만 현실은 생각하는 것만큼 몸과 요령이 따라주지 않아 헛수고를 하는 날이 많습니다.


마냥 다 헛수고는 아니겠죠?

이러면서 배우는 거겠죠?



헬렌, 스콧 니어링 부부의 조화로운 삶이란 책에서 그녀는 집동물을 기르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집동물을 돌보는 시간과 에너지는 과히 대단해서 그 노력은 불필요하다 하였으며, 집동물을 두지 않으면 밭일과 자급자족 시골 삶에 더 충실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네 어쩔때는 하루종일 강아지들만 돌보는 것 같은 날이 있습니다. 이사 온 곳이 낯서니 친구들이 적응을 하려면 하루 4번씩 동네 산책을 시켜주던 날들도 있었거든요. 봄이고 농번기라 할일도 많고 마음은 조급한데 강아지들 건사하는데 시간을 다 뺏긴다는 생각이 문득 드는거예요. 그때 니어링 부부가 책에서 언급한 부분이 무슨 뜻인지 납득이 가더라구요.


하지만 김미경 강사님은 이런 말씀도 하셨습니다. 우리 가족, 내 아들딸 자식을 두고 자식만 없었어도, 결혼만 않했어도, 이런 생각은 꿈에도 하지말라구요. 지금 내가 내 자리에 있는 모든 이유와 원동력이 다 내 주변, 내 가족들에게서 나오니, 그들이 없었으면 더 잘됐을게 아니라 훨씬 시궁창에 있을지 누구도 모르는게 인생이라고 하십니다. 그들이 없었으면 지금 엉덩이나 벅벅 긁으면서 TV 앞에 앉아, 한 여름날 다 녹아버린 아이스크림처럼 방바닥에 흘러내리고 있을지도 모를 나를 강아지 친구들이 이만큼 밀어주고 끌어주고 있는거라구요.


맞아요.

그런 것 같아요.


"이 친구들은 가축이 아니라 가족이예요."

과수원집으로 이사를 올 때 이 동네는 가축사육 제한구역이라는 동네 어르신께 드린 대답입니다.


이 친구들은 불필요한 시간과 에너지를 과하게 여야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 우리와 기쁜 순간도 슬픈 순간도 함께하는 소중한 생명체들이예요, 없애버리거나 그  어떤 것으로도 대체될 수 없는. 그리고 그건 집동물이나 가축이 아니라 가족이라는 느낌이 더 맞을 것 같아요.


맞아요.

그런 것 같습니다.


우리가족이 있어 제가 마땅히 해야 할 맡은 바 책임을 이만큼이나 하면서 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너희들 때문에'나

'너희들만 없었어도'가


아니라,


'너희들 덕분에'

나는 내일도 새벽같이 눈을 뜨고

스프링처럼 번쩍번쩍 일어날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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