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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인 Apr 17. 2024

외지사람이 시골로 이사오면 생기는 일 1


우리가 과수원집으로 완전히 이사를 들어온 것은 3월이 거의 다 지나갈 무렵이었습니다.


과수원에 농막느낌 우리집 (한때 우리집이던 캠핑카도 보입니다^^)


과수나무는 겨울동안 가지치기를 한다는데 그런시기는 다 놓쳐버린 것 같아요. 이마저도 과수원을 계약하고 이사를 오기전까지 유투브와 검색으로 알아낸 정보이지요.


겨울동안 친정에 있으면서 여보씨는 엄마의 감나무를 가지런히 해준다며 감나무 가지치기 영상을 참 열심히도 보더라구요. 우리 과수원에도 감나무가 몇그루 있으니 배운걸 써먹어본다며 얼마나 좋아하던지, 이제 그는 자두나무 영상을 찾아보느라 바쁩니다.


자두꽃이 피기 전, 꽃몽우리가 이렇게나 많이 달렸습니다.


우리 과수원에는요,

자두 나무가 대부분이지만

(당연히 자두과수원이니까요^^;;)

사과나무도 있고,

매실이랑 모과나무도 있고,

감나무도 있고,

밤나무도 있고,

무화과나무도 있고,

대추나무도 있긴한데

(옆과수원에서 그늘이 진다며 다 가지치기를 당했어요.)

앵두나무, 보리수, 고염나무

음 또 무엇이 있었지...


고염나무는 무엇인지 궁금해서 검색을 해보았습니다. 엄지손톱만한 작은 감이 열리는 Date-plum인데, 겨울동안 나무에 매달린채 서리를 맞고 말라서 쭈글쭈글해지면 1월쯤 아주 달달한 열매를 따먹을 수 있다고 하더라구요. 오트밀을 만들어 먹을 때 대추야자를 하나둘씩 넣는데 대추야자를 대신할 것을 우리 과수원에서 찾은 것 같아요! 오호 이것 때문에 내년 1월이 기다려집니다.


우리 땅에서 찾은 보물들


매일매일 여보씨와 아침저녁으로 우리 과수원땅을 둘러봅니다.


세상에나 봄이되니 봄나물도 여기저기에서 많이 올라오고 있어요. 냉이나 쑥은 천국이고 머위, 방풍나물도 있구요, 달래랑 부추도 듬성듬성 자라며 참두릅, 땅두릅, 개두릅도 있고 순을 따먹는다는 가죽나무도 있습니다. 아 이런 즐거움때문에 이렇게 넓은 땅을 구해서 시골로 들어온 것이지요. 너무너무 만족스럽고 행복한데 동네 어르신들 생각은 우리와 다른가봅니다.


"이런데는 돈을 주고 하래도 않하는데 어쩔려고 들어왔대 들어오길. 여기는 유기농이라고 농약 하나 안해서 과수원이 돈이 안돼, 못해 못해."


"아 괜찮아요. 배우면서 해볼려구요. 생활비는 다른걸로도 벌어보죠 뭐. 설마 굶어죽겠어요."


모두가 다 안된대요, 못한대요.


동네에서 이 과수원땅은 돈벌이가 되지않는 곳이라는 인식이 있습니다. 유기농으로 농약을 안하는데 관리도 잘 되지않아 열매도 작고 벌레먹어 다 못쓰게된다구요.  이런 곳에 젊은 부부가 이사를 왔으니 여기와서 뭐할려고 하냐며 많이들 궁금해하십니다.


세는 얼마를 주고 들어왔는지,

계약은 몇년을 했는지,

어디에서 뭣 하다가 왔는지,

왜 강아지는 그렇게 많이 키우는지,


 이것저것 질문을 한참이나 하시던 동네 어르신들은 듣지않았으면 더 좋았을뻔한 이야기까지 한보따리 늘어놓으시곤 유유히 돌아가셨습니다.


처음에는 유모차를 끌고 할머니께서 오시더니, 트럭을 몰고 이장님 부부께서 오셨다가, 얼마 안있으니 오토바이를 타고 오신 동네아저씨, 우리는 우리 과수원의 지난 역사와 정보를 단시간에 굉장히 많이 알게되었어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강아지들


"여기는 가축사육 제한지역이라 강아지 먹이면 안돼요."


"아 먹인다는 표현은 무슨 뜻일까요? 이 친구들은 가축이 아니고 가족이예요."


이 동네는 공기좋고 그래서 가축은 안됀다.

강아지수를 늘리면 안됀다.

강아지가 짖으면 안됀다.

소란스러우면 안됀다.


죄송합니다.

조심하겠습니다.


강아지들이 짖으면 시끄러우니 신경이 많이 쓰입니다. 하지만 어느날에는 아랫집 강아지가 밤새 짖는게 아니겠어요? 아 다행이다, 더 시끄러운 강아지가 동네에 있어서^^;;


우리가 얼마를 내고 이곳에 세들어 왔는지 왜 다들 그것을 궁금해하실까요? 거의 모든 동네 어르신들께서 그것을 제일 먼저 물어보십니다. 숨길 이야기도 아니지만 얼마라고 사실대로 이야기를 해놓고보면 왜 저는 주인아저씨께 죄송한 생각이 드는 걸까요? 우리만의 정보라기보다 주인아저씨와 공유된 정보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것 같아요.


동네 어르신들은 우리전에 잠깐 하려고 왔던 분은 얼마에 왔었는지도 알려주십니다. 우리가 그분보다 더 비싸게 들어왔구나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하고^^;; 사람 마음이라는 것은 참 간사해요. 그렇게 좋다고 행복해 할 때는 언제고 이런 이야기를 들으니 마음이 또 싱숭생숭해지다니 말이예요.


음 이럴때는 밖에 나가 산책을 해야합니다.


이런저런 말들에 휘둘려 내 마음이 어수선하게 둘수는 없는 일이거든요. 내 마음이 휘둘린다 느껴진다면 밖에나가 개나리를 보고 오자구요. 그럼 돌아왔을 때 내 마음은 한껏 괜찮아진 제자리에 와있을테니까요.


여기저기에서 많은 것을 해 볼 수 있겠다는 초심과 부푼 기대가 가득한 우리 과수원땅이 다시 보이기 시작할꺼예요.


여보씨 산책하러 갑시다요!  


뒷산에 올라 여보씨와 두유홍차 한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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