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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 엘리 Jun 26. 2023

캐나다 연방정부 공무원 파업

나에게 미치는 영향

올해 4월 캐나다 연방 정부 공무원들이 파업을 했다. 4월이 캐나다 세금 신고 기간이기 때문에 이 시기를 이용해서 파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연방정부 공무원이 하는 일은 주로 세금, 연금, 그리고 여권 등의 업무를 한다. 파업 소식을 뉴스에서 접했지만, 별로 감흥이 없었다. 영향을 별로 미치지 않으니... 하지만, 한통의 보이스 메시지가 연방 정부 공무원 파업이 나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보통 캐나다는 여권 만료일이 1년 정도 남지 않으면 여권 발급 신청을 할 수 있다. 난 여권 기간이 1년 6개월 남았지만, 한국으로 가서 1년 이상 캐나다로 귀국하지 않을 수 있다는 내용의 문서와 서명을 하고서 예외적으로 발급이 허가되었다. 그것도 한국행 비행기표를 보여주고 급행으로 (2주 정도 소요) 신청했다. 여권 신청 후 이틀 뒤 뉴스에서 연방 정부 공무원들이 파업을 시작한다고 했다. 우선 부분 파업을 하고 본인들의 의견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전원 파업에 돌입한다고 했다. (물론, 필수 업무 공무원은 정상적으로 일을 한다.) 나와는 관계없겠지 하고 생각했는데, 여권 발급 예정일에 누군가 부재중 음성 녹음을 남겼다 지금 연방 정부 공무원 총파업으로 너의 여권 발급 불가다. 여권 업무 다시 발급 가능은 뉴스나 SNS을 열심히 보며 파업이 끝났다고 하면 그때부터 시작하니 알고 있으라는 무덤덤한 공무원의 말....


갑자기 세상이 빙빙 돌기 시작했다. 식구들 모두 이번 여름 한국으로 갈 계획이었는데... 일단 부딪쳐 보자라는 생각으로 여권 발급 기관으로 갔다. 입구에는 청원 경찰 같은 사람들이 있었다. 공무원들 안전을 위해 아무나 출입시키지 않고 있었다. 여권 발급 영수증을 보여주고 입장 후 여권 수령 업무를 보는 공무원이 너 여권 발급 안된다. 아침에 전화 연락 못 받았냐? 물었다. 그리고, 음성 녹음 남긴 공무원이란 똑같은 말을 한다. 뉴스나 SNS 열심히 확인하라고...'누가 모르냐고'


집으로 돌아와서 캐나다 정부 홈페이지를 열심히 살폈다. 일단, 필수 업무 공무원들은 일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실업급여, 노령연금 등의 업무가 필수 업무라고 한다. 역시 캐나다답다. 돈에 관련된 건 필수업무구만. 당장 돈 안 받으면 월세 못 내고 이것저것 못 내서 신용불량자 되고 이게 홈리스로 이어질 수 있으니, 먹고살 돈 주는 업무는 필수구나.) 하지만, 여권 업무는 연방 정부 공무원의 필수 업무가 아니라고 한다. 생계와 직접 연관이 없다는 거다. 그래도 예외를 찾으려 이것저것 살펴보니, 외국에 살고 있는 경우 여권 발급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것에 희망을 걸고 다음 날 여권 신청 기관으로 갔다. 


다시 여권 접수증으로 입장 (이게 있어서 입장 가능하지. 아니면 입장조차 불가다).. 여권 수령 창구 직원(어제 직원 그대로다) 왈, 외국에 살고 있는 경우란 캐나다 내에서가 아닌 외국 공관에서 여권 발급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즉, 외국에 거주 중 여권 만료로 인한 재발급은 캐나다 공관에서 계속한다는 것이다. 나는 대상이 아닌 것이다. 일단 퇴장...


생각해 보니 인도주의 외치는 캐나다에서 가족 모두 한국으로 가는데 나만 캐나다에 남는다고 하면 예외가 인정될 듯해서 다시 입장 시도... 입구에 있던 청원 경찰 아줌마가 너 왜 자꾸 들락날락 거리 냐며, 업무가 있으면 한 번에 하라고 짜증 내기 시작...


다시 입장... 또 여권 수령 창구 직원과 대화... 내 사정을 이야기하니, 여권 발급 담당관을 만나 이야기해 보고 싶냐고 했다. 그래 하자 번호표를 준다. 단 두 명만이 여권 업무를 하고 있었다. 내 차례가 되어 가족들 비행기표, 나의 한국거주 사실증명서를 내밀자, 이건 예외가 아니라고 한다. 그러면서 나에게 한국에 직장이 있냐고 물었다. 다행히 일하기로 한 직장이 정해져 있었다. 그럼 직장 담당자나 대표가 이메일로 네가 한국에 귀국해서 업무에 복귀해야 한다는 편지를 써 주어야 한다고 했다. 이 경우 예외가 인정되어 여권을 내일까지 발급해 줄 수 있다고 한다.


다시 퇴장... 겨우 겨우 연락해서 이메일을 받았다. 그 이메일을 가지고 입장 시도... 이번엔 연방정부 공무원이 입구에 나와 있었다. 아까 그 청원 경찰이 나를 보더니 이 여자 지금 세 번째 입장 시도라며 그 공무원에게 고자질 시전... 그 공무원이 내가 처리하겠다며 청원 경찰의 고자질 방어... 내가 휴대폰을 보여주며 이메일을 보여주자 종이로 프린트해야 한다고 한다. 지금 시간 오전 8시 30분... 어디서 프린트 한단 말인가? 쇼핑몰 안에 프린트하는 곳이 있다고 하는데, 10시가 되어야 오픈한다고 한다. 10시면 늦다 지금 소수의 공무원이 오전만 근무하기 때문이다. 오픈된 가게 중 프린트 좀 빌리 수 있냐고 사정했다 페이 하겠다고.. 그 직원이 자기네 컴퓨터는 회사와 연결되어 외부 사용이 안 된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 어쩔 수 없지.... 여기저기 서치 하다 근처에 STAPLES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곳은 오픈되어 있었고, 거기는 유료로 스캔이나 프린트 서비스를 하는 곳이다. 한 걸음에 달려가 프린트 후 다시 입장 시도... 이번에 이메일 문서를 가지고 입장... 다시 번호표.. 이전에 인터뷰한 여권 담당자였다. 다행히 지갑에 회사대표 명함도 있어 그것도 같이 첨부했다. 이메일, 대표 명함, 그리고 비행기표를 차례로 본 후 각 문서를 스캔 후 내일 1시 이후에 여권을 찾으러 오라고 한다. 


그 다음날 여권을 수령할 때까지 정말 마음 졸였다. 이 과정을 도와준 가족들에게 감사한다. 캐나다는 정부 홈페이지가 정말 중요한다. 홈페이지에 내용이 있으면 그걸 바탕으로 일을 처리한다 만약 업무내용이 달라졌더라도 아직 홈페이지 내용이 업데이트되지 않았다면 이전 내용 그대로 하라고 주장해도 받아들여져야 한다. 그리고, 다시 말하지만 캐나다는 업무 담당자의 권한이 중요한다. 그 사람이 인터뷰를 통해 판단하는 것이다. 물론, 내가 판단이 어렵다고 여겨지면 자기보다 상사의 자문을 구한다. 그래서 캐나다는 내가 생각하기에 되는 일도 없지만 또 안 되는 일도 없는 나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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