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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호 Mar 16. 2024

끼적끼적


[도피]


그림자가 싫어


그림자 속에 숨었다.


삶이 싫어


삶 속에 숨었다.




[싸움]


내가 아는 나와


네가 아는 나와


내가 아는 너와


네가 아는 네가


오늘도 치열하게 싸우는구나.


승자도 패자도 없으니


영원히 끝나질 않는구나.




[의리 게임]


찬물에 위아래가 있으려면


우선 믿음이 있어야겠지.




[사진첩]


아름다워서 찍고


잊지 않기 위해서 찍고


사랑이어서 찍고


자랑이어서 찍고


그러면서 정작 나는 나를 안 찍네.




[일상의 기상]


어떤 일이 일어나면

나머지 일들은 그냥 누워있을까?

아니면 같이 일어나려 할까?




[최신 트렌드]


요즘은 


나를 나에게서 잊게 만드는 최면


나를 나에게서 멀어지게 하는 기도


그런 게 유행인가 보다.




[경제적 자유]


싸구려 바람


싸구려 햇살


싸구려 구름


싸구려 별빛


싸구려 들꽃


싸구려 빗방울


치솟는 물가와 달리


너희는 그대로 싸구려구나.


가득 담아야겠다.




[맛없는 리뷰]


리뷰를 달고


서비스 냉면을 받았다.


리뷰를 달고


서비스 계란찜을 받았다.


먹기도 전에


사진만 찍고 음식을 평했다.




[그리움]


잠결이었나 꿈결이었나

바람결에 날린 그녀의 머릿결이

물결처럼 내 안에서 일렁거렸다.

숨결 따라 뱉은 한숨은

나뭇결 하나 더 만들어

두터운 마음결에 차곡차곡 더한다.




[어느 미래에]


사랑이 걷잡을 수 없이 전염되자


급히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착수했으나


결국 실패했고


인류는 모두 눈이 멀어버렸다.




[병간호(病看護)]


보살피고 돌볼 대상이


병이니?


환자니?




[전설의 금고]


비상금은 아내의 졸업 앨범에 숨기라던데.


졸업 앨범 찾기가 먼저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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