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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호 Mar 18. 2024

끼적끼적

[여독(旅毒)]


매일매일 피곤하걸 보니


삶은 여행이 맞나 보다.




[겨울, 지금, 봄]


꽃을 시샘하는


나를 닮은


철없는 계절.




[소유]


가진 것은 유한한데


버릴 것은 무한하니


오늘도


마음이 묵직하다.




[문신(文身)]


하얀 피부 긁어내고


그 안을 잉크로 물들인다.


차마 지우지 못할 이야기이기에


사뭇 진지하고 조심스럽다가도


끼적끼적 점점 낙서가 되어간다.


뭐, 빈 페이지가 아직 있으니까.




[새것의 유효기간}


어느덧 3월이다.

새해였던 2024년 이제는 새해가 아니려나?


어느덧 18일이다.

새달이었던 3월도 이제는 헌 달이라 해야 할까?


오후가 되면 헌 날이 되고

오십이 넘으면 헌 사람이라 불러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나저나 오늘은 새봄인 줄 알았는데

아직 낡은 겨울이구나.




[온난화]


열정적으로 온기를 나누더니!


덮어놓고 온정을 기부하더니!


결국 이렇게 되었구나.


지구가 따뜻해졌다.


마치 열병처럼.




[진짜 비밀]


내 비밀은


비밀번호 뒤에 숨어 있지 않다.




[무서운 맛]


먹다가 둘 중 하나 죽어도 모를 맛이라면


분명 내가 죽는 거겠군.




[알아도 이 정도인데]


겨울 뒤에 봄이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첫 봄을 맞이한다면 그 얼마나 경이로울까?


내일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오늘을 산다면 그 또한 신비롭겠지.




[핑계]


내 사랑을 증명하지 못하는 이유는


정의를 내릴 수 없기 때문이야.




[남은 고통]


방생(放生).


잡았다가 놔준다고 해서


죄가 사라질까?


용서가 될까?




[공든 탑]


튼튼하고 높은 돌탑이 되려면


가장 크고 무겁고 강한 돌이


제일 낮은 자리를 자청해야 한다.


공만 내세우려는


세상과는 좀 다르군.




[무죄]


빼앗고

훔치고

홀리고

사로잡고

울려도 된다.


마음은 너그러우니까.




[시장]


반찬이 변변찮아서


한 끼를 건너뛰었더니


엄청난 반찬 가게가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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