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
봄꽃은
여름, 가을, 겨울을 견뎌내고
그렇게 피는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봄이라는 시련을 이겨내고
피는 거더라.
[행복]
홀로, 아무것도 없이
웃을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
귀 위에 꽃이 없어도.
[궁합]
내 운명을 내가 선택하듯
운명 역시 나를 원해야 한다.
[첫눈]
첫눈 맞을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첫눈에 반하면
나머지 반은 어쩌라고.
그나마 겨울보다 빨리 녹아버린 첫눈덕에
두 번째 눈은 덜 시리겠지.
[난다요.]
소문의 씨앗 심은 귀에서
무럭무럭 자란 소문 덩굴이
온 세상 뒤엎으며 훨훨 난다.
짜증의 씨앗 심은 입에서
무럭무럭 자란 짜증 덩굴이
온 세상 뒤덮으며 훨훨 난다.
[여독(旅毒)]
매일매일 피곤하걸 보니
삶은 여행이 맞나 보다.
[딸과 기타 등등]
아빠! 쓰레기!
쓰레기는 네가 버리렴.
아빠! 똥!
말하지 말고 그냥 화장실 가렴.
아빠! 바보!
응? 잠깐만. 뭐라고? 이상한데?
[나는 나일까]
날고 있지 않으면 비행기가 아니고
빨래 중이 아니라면 세탁기가 아니고
통화 중이 아니라면 전화기가 아니고
글자 찍는 중 아니라면 타자기가 아니지.
나는 얼마큼 나일까.
뭐를 해야 나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