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보면) 어둠은 둘이고 빛은 하나다. 절대적일 수 없는 길이를 비교해 봤자 부질없는 짓이라는 것을 뻔히 알지만 가끔은 한쪽을 응원하곤 한다. 애초부터 승패가 없는 제살 깎아먹기에 불가한 경쟁이기에 서로를 원망하지 않는다. 물론 후회도 없다. 그래서 노력이 부족할 수밖에.
전설이나 신화는 시작에 불가하다. 지금의 나와 지금의 엄마를 본다면 과연 내가 엄마 뱃속에서 아홉 달 동안 있다가 태어났다는 사실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무심코 발에 걸린 돌멩이를 보며 녀석에게도 엄마와 아빠가 있을지 의구심이 들었지만 상처가 되는 질문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입을 다물었다.
그러고 보니 요즘은 입을 열기가 힘들다. 한 번 맺어 놓은 입술이 어찌나 궁합이 좋은지 한시도 떨어질 마음이 없나 보다. 윗입술과 아랫입술이 닿아있으니 이것도 키스(?)라고 불러도 될지 모르겠다. 입술이 메말라 립글로스를 발라줬다. 서로 더 끈끈해지라고 윗입술에만. 지금 너희는 입 구(口)가 아니란다. 아마도 한 일(一)? 잠깐! 그럼 날 일(日)은 뭐지? ^^
요즘은 어둠 둘이 빛 하나를 가지고 논다. 지난 계절의 복수라고 하기엔 매번 되풀이되는 행태라 그저 닳고 닳은 예전 예능 프로그램을 보는 듯하다. 패턴을 알고 있지만 우리는 거기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려고 한다. 결말도 당연히 알고 있지만 다른 해석을 덧붙여 새로운 씨앗으로 삼으려 한다. 그런 노력은 서로 나서서 하려고 하기 때문에 부족함이 없다.
12개를 갖고 시작해서 11개를 썼다면 몇 개가 남아야 할까? 비교적 쉬운 산수 문제이지만 비교적 어려운 경제 문제이기도 하다. 남는 장사를 했다면 11개를 썼더라도 그 이상이 남아있어야 하니까. 하지만 우리는 쓴 것, 이제는 사라진 것에 초점을 맞추고 돋보기를 들이대고 청진기를 대고 부스러기 하나까지 어떻게 모아보려 한다. 그러니 매번 허기지고 부족하다며 징징거리는 거겠지.
돌멩이는 참 과묵하다. 나하고는 일절 막을 섞지 않는다. 내가 어떤 부분이 민감한지 전부 알고 있거나 아니면 전혀 모르기 때문이라 추측된다. 하물며 돌멩이도 신중하게 말을 가리고자 하는데 어찌 나는 이리도 수다스러울까. 토라진 마음에 널찍한 녀석을 골라 물수제비 경험을 시켜줬다. 짜릿했으려나? 예전에 바나나보트를 탔던 기억이 떠오른다. 돌멩이는 이번에도 침착하다. 나는 고래고래 비명을 지르며 들썩였는데.
어제는 친구가 놀러 왔다. 커피나 한잔 하자면서. 최근에 오른쪽 어깨 수술을 했는데 예전에 왼쪽 어깨 수술을 했을 때보다는 덜 아프단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역시 지나간 고통은 사람을 무디게 만들거나 더 강하게 만든다는 확신이 들게 했다. 그나저나 왼쪽 어깨의 이야기도 들어봐야 하지 않을까?^^
'얼죽아'까지는 아니라서 계절의 형평성에 걸맞게 따뜻한 커피를 마실까 했는데 결국 우리는 둘 다 아이스아메리카노로 주문했다. 찬바람을 이겨내라고 누군가가 가슴에 불을 지펴놓았기 때문이라 여겼다. 얼마나 알콩달콩 오래 살려고 그러는지 그 깊은 속내를 알 길은 없지만 덕분에 모두의 눈길을 모으는 데는 성공했나 보다. '이목(耳目)'중에 '목'은 집중시켰으니 이제는 '이'도 좀 신경을 썼으면 하는 바람이다. 매우 늦은 감이 있지만 홍시라도 되겠지.
이제 슬슬 우는 아이들이 사라져야 할 시기가 가까워오는데도 우는 소리가 잦아들지 않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 속담이 더 강력한가 보다. 여전히 떡을 좋아하는 어른들이 과감하게 대놓고 엉엉 우는 것을 보니. 그나저나 떡 줄 사람은 어떤 꿈을 갖고 있을까? 세상에 공짜는 없다던데. 술이나 떡에 관대한 나라답게 괜한 걱정을 하고 있는 것일까?
골프를 치다 보면 트러블 상황을 마주하곤 한다. 그런 상황을 만회하기 위해 최고의 결과를 기대하며 몸에 잔뜩 힘을 준다. 리커버리! 리커버리! 가뜩이나 불편한 상황임에도 좌우로 체중이동은 과해지고 공이 잘 갔는지 궁금해서 고개는 빨리 들게 된다. 그 홀의 스코어는 안 봐도 뻔하다. 거기서 끝이면 다행이게? 그 망가진 홀을 만회하려는 욕심은 골퍼를 흥분하게 만들더라.
앙상해진 나뭇가지 사이로 겨울바람이 움직인다. 바람은 낙엽을 다시 나무에 붙여줄 수 없다. 기껏 붙들고 있던 마른 나뭇잎마저 떨굴 뿐이다. 봄은 또 오겠지만 오해해서는 안된다. 나무는 봄을 기다리겠지만 봄은 나무를 기다리지 않는다. 아쉬운 사람이 우물을 파는 법이니까.
요즘은 우물이 없다. 대신 정수기를 많이 사용한다. 한동안 아니 지금도 표면적으로는 정수기 관련 일을 하고 있다. 현대판 우물이 집집마다 들어가 있는 것이다. 게다가 얼음도 나오고 엄청 뜨거운 물도 콸콸 나온다. 정수기에 대해 이것저것 고객에게 설명하다 보면 자주 듣는 말이 있다. '너무 비싸요.' 겉으로는 더 싸게 드리지 못해 죄송하다며 여러 방법을 찾아보지만 머릿속에서 자꾸만 떠오르는 말이 있다. '하루에 천원도 안 합니다. 소주 한 병, 커피 한 잔 마시는 돈은 아까워하지 않으면서 왜 좋은 물 마시라고 추천하는데 돈 이야기부터 꺼내시나요?'
읽다만 책이 숙제처럼 느껴지고, 보다만 드라마가 밀린 설거지처럼 압박을 가해온다. 계절의 탓만은 아닐 텐데 왠지 오늘은 겨울이 싫다. 냉수 먹고 속 차리려고 해도 이만 시리다.
아~ 몰라 몰라! 아주 옛날에는 별들에게 물어봤다는데 이제는 AI에게 문의를 해 봐야 하나? 그런데 정확히 뭘 물어보지?
(이런저런 잡념이 떠오르는 것을 최대한 두서없게 적으려고 노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