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하고 감사했습니다.
8월 18일에 이직으로 인한 퇴직면담을 했고, 오늘 퇴직했다. 짧은 기간에 인수인계를 하고, 인사를 드리고, 회사 물품을 반납하면서 시간은 정말 빠르게 지나갔다. 매일 연속되는 송별회에 아내는 몸 생각하라며 볼맨소리를 했지만, 16년 동안 함께 했던 추억을 아쉬움 없이 정리하는 과정에서 여러 사람의 축하와 위로를 받는 자리는 내게 큰 힘이 되었다.
16년 전 입문교육을 담당했던 선배님께 퇴직인사를 드리는 기분은 묘했다. 네가 먼저 나가는 일이 벌어졌다며 놀라워하셨다. 그때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넌 아직도 내겐 신입사원 같은데라며 나를 깊은 추억에 빠지게 하셨다. 앞으로의 일 보단, 그때를 회상하는 일이 복잡한 마음을 달래는데 큰 도움이 됐고, 네 젊음은 이곳에 잘 간직하고 있겠다는 말씀에 큰 위로를 받았다.
내가 선택한 이직이고, 배신감은 회사가 느낄 상황인데, 왜 마음이 복잡한 건 내 몫이고, 시원함보다 섭섭함이 나를 둘러싸는지 잘 모르겠다. 왜 응원보다 위로의 말에, 미래보다 과거의 추억에 더 감정이 쏠리는지 도 모르겠다. 그냥 이별이란 상황이 가진 고유한 특성인 것 같다.
그동안 조금 고약해서 불편했던 상사가, 좋은 기억만 가지고 떠나라고 했다. 고생했다고도 했다. 왠지 모르게 고마웠다. 나를 괴롭히던 상황도 의견충돌이 많았던 사람도 퇴직이란 마침표를 찍으니 좋은 추억으로 박제되었다. 꽤 좋은 평가를 받고, 좋은 보상을 받으면서, 나와 내 가족이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는 기둥 같은 회사였다. 안에서는 항상 나가고 싶었지만, 나와보니 그리움이 진한 그런 공간과 시간이었다.
앞으로 10여 일 휴식을 취하고, 나는 또 다른 회사에서 일을 할 예정이다. 새로운 환경, 사람, 공간, 그리고 업무. 모든 게 새로울 예정이고, 그 안에서 나는 또 다른 이유로 마음이 복잡해질 예정이다. 그래도 16년 함께 했던 분들에게 적지 않은 응원과 위로를 받은 만큼, 또 이겨내고 다른 하루를 준비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