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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csa Aug 31. 2023

퇴직 인사 드립니다.

감사하고 감사했습니다.

8월 18일에 이직으로 인한 퇴직면담을 했고, 오늘 퇴직했다. 짧은 기간에 인수인계를 하고, 인사를 드리고, 회사 물품을 반납하면서 시간은 정말 빠르게 지나갔다. 매일 연속되는 송별회에 아내는 몸 생각하라며 볼맨소리를 했지만, 16년 동안 함께 했던 추억을 아쉬움 없이 정리하는 과정에서 여러 사람의 축하와 위로를 받는 자리는 내게 큰 힘이 되었다.


16년 전 입문교육을 담당했던 선배님께 퇴직인사를 드리는 기분은 묘했다. 네가 먼저 나가는 일이 벌어졌다며 놀라워하셨다. 그때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넌 아직도 내겐 신입사원 같은데라며 나를 깊은 추억에 빠지게 하셨다. 앞으로의 일 보단, 그때를 회상하는 일이 복잡한 마음을 달래는데 큰 도움이 됐고, 네 젊음은 이곳에 잘 간직하고 있겠다는 말씀에 큰 위로를 받았다.


내가 선택한 이직이고, 배신감은 회사가 느낄 상황인데, 왜 마음이 복잡한 건 내 몫이고, 시원함보다 섭섭함이 나를 둘러싸는지 잘 모르겠다. 왜 응원보다 위로의 말에, 미래보다 과거의 추억에 더 감정이 쏠리는지 도 모르겠다. 그냥 이별이란 상황이 가진 고유한 특성인 것 같다.


그동안 조금 고약해서 불편했던 상사가, 좋은 기억만 가지고 떠나라고 했다. 고생했다고도 했다. 왠지 모르게 고마웠다. 나를 괴롭히던 상황도 의견충돌이 많았던 사람도 퇴직이란 마침표를 찍으니 좋은 추억으로 박제되었다. 꽤 좋은 평가를 받고, 좋은 보상을 받으면서, 나와 내 가족이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는 기둥 같은 회사였다. 안에서는 항상 나가고 싶었지만, 나와보니 그리움이 진한 그런 공간과 시간이었다.


앞으로 10여 일 휴식을 취하고, 나는 또 다른 회사에서 일을 할 예정이다. 새로운 환경, 사람, 공간, 그리고 업무. 모든 게 새로울 예정이고, 그 안에서 나는 또 다른 이유로 마음이 복잡해질 예정이다. 그래도 16년 함께 했던 분들에게 적지 않은 응원과 위로를 받은 만큼, 또 이겨내고 다른 하루를 준비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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