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호사협회 인증 이혼전문변호사 이성호
실무상에서 아내의 의부증으로 인하여 혼인생활을 지속하는 것이 힘들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을 접하게 됩니다. 일상생활에서는 친절하고 배려 깊은 모습을 보이면서도 남편에게만은 심각한 집착을 보여 정신적인 고통을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의부증을 원인으로 혼인관계를 해소하기를 원하시는 분들 간에도 그 정도에는 차이가 있어 입증의 어려움도 존재합니다. 오늘은 아내가 의부증이 있는 경우에 실무적으로 이혼사유로 인정될 수 있는 정도에 대하여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의부증은 그 발생 원인에 따라 부부간에 책임소재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남편의 외도를 의심하여 의부증이 생겼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같은 경우에 실제로 남편이 외도를 의심받을 만한 행동을 하여 의부증이 생기는 경우도 있으나 남편에게 책임소재가 없는 경우의 의부증은 아내의 특수한 정서적 상태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를 이혼사유로 주장하고 입증하는 데 필요한 증거는 특수성을 가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의부증이 재판상 이혼사유로 받아들여지는 경우는 대개 민법 제840조 제6호에서 규정하고 있는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에 해당되는 경우입니다. 또한 심한 의부증이 배우자에 대한 폭언이나 폭행 등으로 이어져 민법 제840조 제3호의 이혼사유를 동시에 충족시키는 경우도 빈번합니다.
의부증을 재판상 이혼사유로 주장하는 경우에 그에 대한 입증의 난이도는 매우 높습니다. 일차적으로 남편만을 특정해서 증상이 나타난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정신질환과 차이가 있으며, 증상자체가 다양하고 증거가 잘 남지 않는다는 문제점도 있습니다. 의부증의 경우 아주 구체적으로 입증해야만 재판상 이혼사유로 주장이 가능하며 부부공동의 노력 또는, 치료로 회복이 가능한 경우에는 법원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해주지 않습니다.
남편을 미행하거나 도청한 흔적, 아내의 의부증으로 인하여 현재의 혼인관계가 얼마나 파탄된 상태인가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 남편이 얼마나 큰 정신적 고통을 받았는가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 그리고 아내의 의부증으로 인하여 부부관계가 파탄되어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증거 등을 수집해야 합니다.
또한 아내에게 의부증이 생긴 원인도 중요합니다. 자신이 과거에 외도를 한 사실로 인하여 아내에게 의부증이 생겼다면, 부부간에 무너진 신뢰의 원인이 자신에게 있으므로 이를 회복하기 위하여 자신이 얼마나 노력하였는지가 중요합니다. 자신이 부부관계를 회복하기 위하여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였고, 이를 입증할 수 있다면 아내의 지속적인 의부증으로 인한 혼인관계의 파탄은 재판상 이혼사유에 해당될 수 있습니다.
사례를 들어 이해를 돕겠습니다.
남편 감 씨와 아내 명 씨는 슬하에 자녀를 둔 혼인 7년차 부부입니다. 혼인초기부터 감 씨는 명 씨에게 최선을 다하기 위하여 명 씨가 원하는 것이 있다면 자신의 능력이 닿는 범위 내에서 이를 들어주기 위하여 노력하였습니다. 감 씨는 전문직 고연봉자로 전업주부인 명 씨와의 원만한 혼인생활을 위하여 명 씨가 원하는 대로 경제권을 명 씨에게 넘겨주었습니다. 명 씨는 경제권을 손에 넣고 자신이 원하는 삶을 꾸려 가며 혼인생활을 지속하였습니다.
감 씨의 업무량이 늘어 바빠지기 시작하자 명 씨는 감 씨의 귀가가 늦는 것을 문제 삼기 시작했습니다. 감 씨는 사실대로 설명을 하였으나 명 씨는 남편이 외도를 한다고 생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명 씨는 야근을 하는 감 씨의 회사로 찾아오기도 하고, 자신의 기분이 좋지 않을 때는 감 씨가 출근을 하지 못하게 하고 자녀들에게 화풀이를 하는 등의 행동을 반복하였습니다. 감 씨는 반복되는 이 같은 행동에 지치고 그 스트레스로 인하여 정신과 치료를 받기 시작했고 자녀들 역시 명 씨로 인해 치료를 받게 되었습니다.
어떻게든 자녀들을 위해서 이 같은 행동을 참던 감 씨는 명 씨가 직장으로 직접 전화를 하는 일이 반복되어 직장생활에 곤란을 겪고, 퇴근을 하면 감 씨에게 옷을 모두 벗게 하고 냄새를 맡는 등의 행동을 시작하자 명 씨와의 혼인관계를 정리하기로 결심하였습니다.
감 씨는 그동안 아내의 행동들에 대하여 수집해 놓은 증거들을 모두 지참하여 소송대리인을 찾아가 상담을 받았습니다. 소송대리인은 명 씨가 감 씨에게 혼인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반복해온 폭언과 자녀들을 이유없이 야단 치는 내용을 담은 다수의 녹취, 감 씨가 이로 인하여 자녀들과 장기간 정신과 치료를 받은 내역 등을 검토한 뒤, 명 씨의 이 같은 행동은 재판상 이혼사유로 받아들여질 수 있음을 감 씨에게 설명해주었습니다.
이에 감 씨는 명 씨를 상대로 재판상 이혼을 청구하였습니다. 법원은 감 씨에게 혼인관계의 지속을 강요하는 것은 너무도 가혹함이 인정되고, 자녀들의 정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점을 들어 감 씨의 청구를 받아들였습니다.
사례에서 감 씨와 같이 아내의 의부증에 대하여 입증할 수 있는 내용들을 모아두시고, 소송대리인과 함께 혼인관계를 해소하시기를 권장해드립니다. 오늘 말씀드린 내용이 필요하신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시기를 바라며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