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령 장소는 24시간 해장국집이었다. 새벽 4시. 누가 119에 신고를 좀 해달라 했다는 내용이었다. 술 취해서 몸을 못 가누는 사람들이 그런 부탁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적당히 좀 퍼먹지. 구시렁거리며 출동했다.
현장에 도착하자 사장님이 구석께 테이블을 가리켰다. 젊은 남자가 어디가 아픈지 오만상을 쓰며 앉아 있었다. 이상한 건 테이블에 뭘 먹은 흔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환자분, 안녕하세요.” 말하자 남자는 갑자기 휴대폰을 꺼내 열심히 자판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나도 휴대폰을 꺼냈다. 메모앱을 켰다.
-어디가 아프세요?
-허리 아파요. 잘 못 걸어요.
-언제부터요?
-하루종일 아팠는데 자다가 더 아파요.
-병원 가서 진통 조절하면 좀 나을 거예요. 들것으로 옮겨드릴게요. 기다리세요.
그러자 남자는 고개를 세차게 가로저으며 구부정한 자세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픈데 아프다는 말이 소리가 되어 나오지 않았다. 태어나서 한 번도 아프다는 말을 귀로 들어본 일이 없을 테니까. 급하게 남자의 한쪽 팔을 붙들었다. 그렇게 둘이 엉거주춤한 자세로 구급차에 올랐다.
첫 번째 병원에서는 남자를 받아주지 않았다. 외상이 있는 것도 아니고, 단순 요통인데도 그랬다. 여기는 ‘이런 분’을 상대할 인력이 없다고 말했다. 이런 분이 어떤 분인가 싶어 되물으려다 말고 다시 남자를 구급차에 태웠다. 영문을 몰라하는 남자에게 다시 글을 적어 보여줬다.
-여긴 자리가 없데요.
두 번째 병원은 남자를 받아줬다. 남자의 어깨를 톡톡 두드린 뒤 손을 흔들었다. 남자가 급하게 휴대전화에 무어라 끼적이더니 내게 보여줬다.
-귀찮아서 죄송해요.
남자가 말했다. 들릴 리가 없는 그 말이 왜 그렇게 아프게 들렸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