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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경 Nov 19. 2024

세상에서 가장 큰 거짓말

어제는 내 분신인가 싶은 사람을 만났다. 덩치가 산만 한 청년이었고, 울고 있었다. 숨이 가쁘고 어지럽다는 내용으로 신고가 들어온 거였지만 활력징후는 지극히 정상이었다. ”스물일곱인데 아직 독립을 못 하는 게 죄송해서요. 죽고 싶어요.” 그가 말했다. 청년의 부모님은 어떤 말로 위로를 해야 하나 갈피를 잡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장가가고 2년은 더 부모님 집에 눌러앉았는데 그때 나이가 서른셋이었노라 얘길 해줬다. 내가 유리멘털이라 꾸준히 정신과 약을 복용하고 있는 소방관이란 사실도. 청년이 피식 웃었다.


11월이다. 일반적으로 푹한 날에 자살기도건이 많아지지만  11월은 예외다. 추워도 사람들이 죽을 마음을 먹는다. 한 해가 거의 다 갔기 때문이다. 의미 있게 시간을 보냈나, 아니, 애초에 뭘 하긴 했나 싶어서 지난 나의 일 년을 저울에 매달아 가치를 매긴다. 작년이나 재작년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게 보통이다. 그러나 어떤 이들에겐 그 보통의 사실이 삶을 마감하려는 이유가 된다.


세상엔 수많은 거짓말이 있지만 나의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는 것만큼 큰 거짓말이 없다. 그러니 겨우 한 해 동안 무얼 증명하지 못했다고 실망하지 않아도 된다. 당신의 가치는 태어난 순간 이미 증명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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