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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경 Dec 18. 2024

아이고오 영감님

배가 아프다는 신고를 받고 시 외곽의 시골 마을로 출동을 나갔는데, 집 앞을 지키고 있는 여우처럼 생긴 개가 먼저 우릴 맞았다. 눈과 입이 처져서 맹한 인상이었다. 울음소리도 맹했다. 워워워. 워워워. 개를 만지고 싶은 욕망을 뒤로하고 현관문을 열었다. 눈밑이 푹 꺼진 노인이 소파에 앉아 우릴 맞았다. 노인을 부축해서 구급차로 걸어가는데 발밑이 뭉클했다. 개똥이었다. 그대로 차에 올랐다간 처치실이 똥밭이 될 것이었으므로 대강이라도 털고 출발하기로 했다. 노인을 먼저 구급차에 태웠다. 신발을 벗어 쥐고 아스팔트 위에 패대기치고 있는데 갑자기 이웃 주민들이 몰려들었다.


“뭔 일 있어요?”

“돌아가셨어요?”

“아이고오 영감님.”

“오늘은 산책을 안 나오더만.”


애통함이 물결처럼 번지려는 찰나,


“나 아직 안 죽었어!”


구급차 안쪽에서 쩌렁한 목소리가 울렸다.


“안 돌아가셨데.”

“멀쩡하시네.”

“수고하세요. 고생 많으십니다.”


출발할 즈음 노인의 얼굴은 한결 편안해 보였다. “니미, 시끄러워 죽겠네.” 구시렁대면서도 웃고 있었다. 워워워. 워워워. 맹한 개가 잘 다녀오시라, 맹하게 인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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