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지가 너 얼굴 못 본 지 너무 오래됐데.“
엄마가 말했다. 손주들이 보고 싶으신 거겠지. 속으로만 생각하며 내일 저녁 즈음 찾아뵙겠노라 답했다. 수화기 너머로 아버지 목소리가 들렸다. ”아버지 뭐라셔요? “ ”응? 아, 요새 방어가 제철이라네. “ 말을 꼭 저렇게 한다. 알듯 모를 듯. 거기에 숨은 뜻이 있단 걸 깨닫기까지 40년이 걸렸다. 전화를 끊고 동네 아는 횟집 사장님한테 전화를 걸었다. “저희 아버지가 방어 드시고 싶데요.”
찬이나 매운탕거리는 없고 회만 썰어주는 곳이라 양이 많았다. “아버지가 한 달 내내 방어 노래를 부르셔서요.” 한마디 덧붙였다. 사장님이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 내려놓은 칼을 다시 손에 쥐었다. 척 봐도 오천 원어치는 더 썰어서 얹었다. 회가 담긴 비닐봉지가 무거웠다. 무거운 만큼 마음이 가벼워지는 게 신기했다.
“정말 맛있다, 야.”
울 아버지는 칭찬에 인색한 사람이다. 사실 인색하다기보단 칭찬하는 방법을 잘 모르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 입에서 정말 맛있다 소리가 나온다는 건 성경에 자주 등장하는 말처럼 ’진실로(너희에게 이르노니)‘ 맛있다는 걸 의미했다. 맛있다. 정말 맛있구나. 겨울엔 방어지. 돈 많이 썼겠다, 야. 당신 입에서 맛있다 소리가 나오는데 돈 쓰는 게 대수랴. 방어야, 올 겨울엔 다이어트 하지 마라. 울 아버지 입에 기름칠 좀 해드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