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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숙이 Dec 08. 2024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그림과 함께하는 치유의 시간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All the Beauty in the World     



패트릭 브링리 지음.  웅진 지식하우스.          



이 책은 저자의 실제 경험을 적은 책이다.   

  

소설 같은 이야기가 실제 경험이다 보니 당사자의 담담한 어조와 솔직한 시선으로 쓰여 저자의 경험에 더 동화되는 느낌을 주고, 읽는 동안 나도 고요한 미술관에 서 있는 기분을 느끼게 해 주었다.     


저자인 패트릭은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뉴요커>에 취직하여 뉴욕 한복판의 최고층에서 전도양양한 커리어를 시작한다.

하지만 암으로 투병하던 형이 자신의 결혼식 날 사망하자 큰 슬픔에 빠진다. 

그는 그 상실감에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는 삶을 살기가 힘들다는 것을 느끼고, 세상의 흐름에서 한 발 떨어진 곳에 서 있을 수 있는 미술관의 경비원으로 취직한다. 

그는 그곳에서 10년의 시간 동안 수많은 아름다운 작품과 그 안에 흐르는 마음들을 마음껏 바라보며 치유하는 시간을 갖는다. 

그리고 마침내 바라보는 것을 넘어 삶의 순간들을 계획하고 주도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열망을 다시 느끼고 뉴욕도보관광가이드로 새로운 직업을 얻고 새로운 시작을 열었다. 

그리고 10년 간의 소중한 시간을 기록한 이 책을 써서 사랑하는 형을 기억한다.     


이 책은 저자가 근무한 전시실을 소개하고 그 안에서 저자에게 가장 강한 느낌을 주었던 작품이나, 사건 혹은 그 장소와 순간을 나눈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독자들은 작가의 묘사를 따라 머릿속으로 각 작품들을 상상하거나 가끔씩 책에 그려져 있는 흑백 삽화로 부족한 상상력을 채워보게 된다.      


글이 참 잔잔하면서도 매끄럽게 읽혀 좋았지만 빈곤한 상상력은 어느 순간 책의 내용이 지루하게 만들기도 했다. 

작가는 친절하게도 책의 뒷면에 실제 미술관 홈페이지에서 모든 작품을 찾아볼 수 있도록 검색번호를 적어 놓았다. 

하지만 한 작품 보고 다시 글로 돌아오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읽었더니 아쉼움이 남았다. 


이 글을 읽으며 실제 메트로폴리탄 비술관에 있었으면 어떤 기분일까? 

각 작품에 비치는 조명에 따른 색감과 통로에 비치는 햇살 등을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랬다면 이 책에 200%는 더 감동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말이다.  

    

다 읽고 난 후에 작가가 마련해 놓은 사이트로 들어가 작품들을 쭉 보았다. 

갑자기 선명한 빨강, 파랑, 보라 등의 색을 보니 그 생명력이 확 느껴졌다. 

작품을 보고 다시 그 작품이 소개되었던 부분을 찾아보는 재미도 좋았다. 

작가의 감상과는 다른 느낌이 드는 경우가 많기는 했지만.      


가끔 고궁이나 왕릉 또는 새벽의 한적한 공원을 거닐 때 느껴지는 세속과 떨어져 있는 느낌이 있다. 

저자가 매츠에서 느낀 평화로움도 그와 비슷한 느낌이 아니었을까 상상해 보며 이번 가을 고궁으로 산책하러 가야겠다.     




가을동안 읽었던 책입니다. 

사계절을 오롯이 느끼며 살려고 나름 노력하는 일인이었는데, 올해는 쉽지 않네요. 

누구나 겪어갈 인생의 고비를  열심히 넘어가고 있다보니.

그래서 짬짬이 읽은 책들에게서 얻는 위로가 더 크고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이 책은 책 끝에 있는 미술작품을 볼 수 있는 사이트에 들어가 그림을 보고 난 뒤에 읽으시길 꼭 추천드립니다. 

그럼 진짜 엄청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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