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좋아, 잘 하고 있어 남편!
글이란 참 신묘막측하다. 누구나 글을 쓸 수는 있지만, 누구나 글을 쓰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끄적끄적 문장을 만들어낼 자질은 어느 정도 갖추고 있지만, 타인(본인을 포함)의 마음에 공감하는 글을 써내려가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생각을 말로 털어놓는 건 쉽지만, 글로 정리해나가려면 머리부터 지끈거린다. 그래서 작가는 대단한 부류의 사람들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다독가이자 인문학자인 남편이 세 번째 책을 냈다. 제목은 <아내를 우러러 딱 한 점만 부끄럽기를>. 사랑의 내공을 높이는 64편의 인문학적 사유다. 우리 부부의 '결혼부터 연애는 나중'의 과정을 겪으면서 나온 생각들과 사유들을 조곤조곤 풀어냈다. 대학 때 논리학과 철학을 깊이 팠던 인문학자라 그런지, 묵직한 멋이 있다. 물론 글맛 또한 부러울 정도로 쫄깃하고 유쾌하다.
우리는 만난지 4일 만에 결혼을 결심하고, 140일 만에 결혼식을 올렸다.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결단이다"
라는 신박한 말을 가슴에 품고, 사랑을 결단하고 또 결단한 사랑을 지키기 위해 살아가고 있다.
사랑을 감정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니 많은 문제들이 풀린다. 감정은 변하기 때문에 자꾸만 사랑을 의심하는 방향으로 흐른다. 하지만 '사랑은 결단'이며 '그 결단한 것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것'을 사랑이라는 범주로 넣어두니 이 모든 것은 내가 마음먹기에 달려있는 것이 된다. '결단'한 사랑은 변하지 않는다. 사랑하는 두 사람이 계속해서 노력하기만 한다면 말이다.
남편의 너그러움과 호탕함을 보며 가끔 남편을 닮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누군가 옆에 닮아가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건 좋은 일이다. 뭔가,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거니까. 그런데. 남편도 나와 같은 생각이었나보다. 남편의 책에서 발견한 이 구절에 코끝이 찡해옴을 느꼈다.
자존감이 매력일 수 있다는 것, 최대 매력일 수 있다는 것, 처음으로 깨달았다. 예전에 연애할 때 내 기준은 참으로 저열했구나. 나는 자존감이 낮고 부끄럼도 많아 남 시선이 두렵다. 아내는 정반대다. 아내를 좋아하고 존경할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
별을 보면 별을 닮고 꽃을 보면 내 안에 꽃이 핀다.
그렇게 사람은 자신이 바라보는 것을 닮아간다.
나는 아내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