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찰로 시작한 하루
나는 장거리 이동을 할 때 버스를 선호한다.
대부분 서울을 왔다 갔다 할 때인데, 장장 5시간 또는 그 이상을 운전하시는 기사님의 수고로움이 늘 신경이 쓰였다.
특히 이르거나 늦은 새벽에는 더욱이 그러했다.
그래서 별건 아니지만 장거리 운행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하여 자양강장제와 졸음을 쫓을 수 있는 사탕이나 껌을 사다 드리는 게 나의 루틴? 이 되었는데, 최근엔 휴게소에서 내려서 이걸 사서 드려야 한다는 사실이 스스로 부담으로 느껴지는 거 같았다.
내 뜻과는 다르게 숙제처럼 되는 것 자체가 마음이 불편해서 오늘은 타면서 드리려고 미리 샀다.
아.. 그런데 타기 직전에 기사님이 어느 어르신께 (살짝 치매기가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역정을 내시는 걸 보고 이걸 드리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
좋은 마음이 아니면 전달하지 않는 게 맞는 거 같다고 판단했고 그대로 다시 가방에 넣었다.
그런데 자리에 앉아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는 이 새벽에 업무(또는 장거리 운전)를 앞두고 타인에게 얼마나 친절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과연 단편적인 모습만 보고 판단해도 됐었는지.. 설령 다른 배경이 있었다고 해도 나의 뜻(=장거리 운전에 대한 감사)에 영향을 꼭 받았어야만 했는지...
과연 그 상황에서 옳은 사람은 누구였는지 잘못한 사람이 있었는지. 인생에 정답이 있는 건지. 스스로에게 던지는 수많은 질문과 함께 성찰로 시작하는 오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