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부터 '스타트업'이라는 산업분야에 발을 들여왔고 그 속에서 배운,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나'라는 개인의 한계점이었다.
모든 일을 알 수 없으며, 모든 것을 잘할 수는 없다.
그렇기에, 더욱 새로운 사람들과 교류하며, 내가 알지 못하고 있던 지식에 대해 배우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근래,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를 기획하고, 운영하며,
내 주변의 지인들에게 제품에 대한 평가와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해 의견을 묻곤 한다.
때로는 잠재 고객,
때로는 가족,
때로는 영어 강사, 현업 관계자, 친구 등등.....
반응은 크게 긍정과 부정, 두 가지로 나뉘었다.
'아이디어 너무 좋은데?'
'그런 서비스 있으면 편할 것 같아'
'역시 너는 혁신적이네'
'이 분야는 인터치 기반 분야여서 그런 사업 안 돼요, 현실을 모르시네'
'디지털 헬스케어는 돈이 안 되는 산업이에요... 특히 한국에서는'
여기서 나는 반응에 따른 정형화된 패턴이 있음을 발견했다.
이를 '편향'과 '통념'이라 칭하고, 되새김질하고자 한다.
긍정적 반응에는 주로 편향이 있다.
'네가 하는 거니까 잘하겠지'
'아이디어가 좋아서 잘 될 거야'
내가 이전부터 성취해 왔던 것들의 편린을 바탕으로,
나조차 확답할 수 없는 영역에서 긍정의 반응들을 보여준다.
잠깐의 기분은 좋을 수 있겠지만, 실질적으로 얻게 되는 인사이트는 없다
(부정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나의 시야와 사고를 흐리게 만드는 것 같다.)
부정적 반응에는 통념이 있었다.
'이쪽 업계 사람이 팀 구성원에 없으시죠? 그래서 상상력이 풍부하네.'
'인터치 기반 산업인데, 어떻게 데이터로 가치를 창출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네.'
오히려 긍정적 반응보다는 도움이 되지만, 이상적이지는 않다.
안된다는 말로 도전을 포기하게 만들며, 그에 대한 근거는 주관적인 경험 혹은 사회적 기본 개념으로 밑받침된다.(그래도 이런 의견은 사업추진에 좋은 원동력이 되는 것 같다.)
내가 만약 위 전문가들의 말을 따라 서비스를 론칭하지 않았다면,
1주일이라는 짧은 시간에 150명의 장, 노년층(55세 ~ 65세 이하)이 내 서비스를
이용하고자 했다는 결과를 결코 얻지 못했을 것이다.
중립적 사고를 원한다.
특정 현상에 대해 치우쳐지거나, 고정관념에 갇히지 않고, 많은 방향성에 대해서 사고할 수 있는 대화를 원한다.
편향과 통념들에 대해 다시 바라보고, 그것이 정말 옳은 것인지 그른 것인지, 고민해보고 싶다.
다행히, 내 주변에는 그런 대화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위에서 언급한 고민들은 나만 해오던 것이 아니었으며, 함께 '대화의 장 : Yeshiva Salon'을 만들게 되었다.
① 스터디카페를 창업하고, RPA시스템을 개발하는 개발(사업)자
② VR, 메타버스, AI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정보통신공학자
③ 의과대학교를 졸업하고, 기초의학의 발전을 위해 연구자의 길을 걷는 의사
④ 디지털 헬스케어를 통해 의료시스템의 변혁을 추구하는 간호사
우리는 불편한 진실들을 마주하는 것 외에도, 세상의 사물과 현상들에 대한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기 위해 모였다.
이번 주 수요일 저녁 8시, 우리는 비대면으로 첫 만남을 진행했다.
누구에겐 과외가 끝난 후의 시간, 또 누구에겐 야간근무 중인 시간이었다.
첫 미팅 자료와 내용들을 준비하고 보니, '너무 진지한가?'싶은 느낌이 있었다.
다른 구성원들에게 구두로 얘기할 때, 이런 느낌 아니었는데....
어느새 소규모 비밀결사대 모임이 된 것 같다(원래는 재미있는 모임으로 얘기했다.)
그렇기에, 다른 분들의 반응이 걱정되기도 했었고, 방향성을 듣고 나서 이탈하는 분들이 있을 수 있겠다 싶어,
자기소개를 나중에 하도록 배치했다.
다행히, 모두 경청해 주셨고, 방향성에도 공감하시는 것 같았다.
물론, 재미의 요소가 중점이며, 그 재미는 토의 과정에서 나온다고 믿는다.
이제 첫 시작이고, 앞으로 계속 방향성을 보완하겠지만, 이들과 세운 초기의 방향성은 아래와 같다.
1. 매 달 첫째 주 수요일에 모인다.
2. 모임에서 논의된 내용은 그 주 주말에 정리하여, 아티클의 형태로 발행한다.
3. 주제 선정자는 사전 리서치를 통해, 구성원들에게 선정 배경에 대해서 설명하고, 리딩(주관적 의견 피력)한다.
4. 진행 주제는 모임 2주 전 수요일까지 논의해서 정한다.
5. 6개월 간 테스트베드를 진행하며, 모임의 진행 방식을 지속적으로 수정 / 보완할 수 있다.
'악마의 변호인(Devil's Advocate)'이라는 명칭으로도 알려져 있는 'The Tenth Man Rule'은 아포칼립스 영화 World War Z에서 보여주는 이스라엘의 원칙 중 하나이다.
작중에서 이스라엘은 전 세계 여러 국가들이 좀비 아포칼립스라는 재난 상황에 아무런 대처를 하지 못하고 있을 때, 미리 대비하여 마지막까지 버티고 버틴 유일한 나라로 묘사된다.
이때, 대비할 수 있었던 이유로 'The Tenth Man Rule'을 언급하는데, 의미는 이렇다.
'10명의 의사결정권자가 있고, 특정 안건에 대해 9명이 모두 찬성하는 경우, 마지막 사람은 무조건 반대해야 한다.'
그 이유는, 의도적인 반대를 외침으로써,
내려진 의사결정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해 보고,
이를 통해 편향적인 의사결정을 예방 / 점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모두가 현업으로 바빠,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할 시간조차 없을 수 있다.
또, 어느샌가 고정관념들로 머릿속이 차 있을 수도 있다.
Yeshiva Salon에서 발행되는 글들이, 그런 혼란한 생활 속에서, 다른 집단과는 다르게
새로운 시각을 보여줄 수 있고, 고민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