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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림 Jul 02. 2024

어느 하나의 하루

글감_손


 손에 대한 글을 쓰려니 가만 내 손을 먼저 바라보게 되었다. 짧은 손톱과 건조한 나의 손은 어떤 하루를 보내는지에 관해서. 일단 너무 지루할 수 있으니 아침 한 시간 동안 일어나는 일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아침에 일어나면 커피포트의 전원을 내리고 물을 끓인다. 하루 내내 차가움을 유지하는 손은 데워진 물을 천천히 마시며 따뜻해진다. 몸의 한구석이 따뜻해지는 것만큼 좋은 것이 없다. 잠을 자느라 굳어있던 몸이 서서히 풀린다. 화장실로 들어가 왼손에는 칫솔을, 오른손에는 치약을 짠다. 일상을 보내면서 쿵짝이 맞는 것을 찾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인데 나의 손들은 그 누구보다 쿵짝이 잘맞는다. 샤워를 마치고 다시 차가움을 마주한다. 기초 제품을 손바닥에 덜어내 콕콕 찍어 바르면 손은 그 어떤 때보다 섬세함을 발휘한다. 옷을 입고 다시 쿵짝을 발휘할 때가 왔다. 왼손에는 가방 손잡이를 잡고 오른손으로는 하루에 필요한 물건을 담는다. 책장 속 책등을 검지로 콕콕콕 찌르며 오늘 읽을 책을 넣고, 인공눈물과 립밤을 넣고, 잘그랑- 차키를 넣는다. 그리고 바로 현관문 손잡이를 잡는다. 요즘 같은 날씨에는 차에 타자마자 엉뜨와 핸따를 킨다. 빠른 속도로 움직여야 1초라도 덜 춥다. 스피드가 생명. 따뜻해진 핸들을 잡고 출근길에 나서니 기분이 괜히 좋다. 정차하는 동안에는 손끝으로 톡톡 핸들을 두드리며 초록불을 기다린다. 주차를 하고 사이드 브레이크를 야무지게 올린다. 최근에 꼭 습관화해야지 하는 것이라 오른손에게 반드시 해야 할 지령으로 내렸다. 출근 완료. 책상에 앉아 짧은 손톱과 건조하게 내버려 둔 것을 미안해하며 핸드크림을 손등, 손바닥, 손톱 하나하나 꼼꼼히 발라준다. 오늘도 열심히 손들의 협응을 바라며 안전한 하루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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