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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쥴리 May 24. 2023

엄마 껌딱지.


마리가 박스에 들어가서 자는 눈치길래, 이때를 틈타 빠르게 샤워를 하기로 했다. 문을 열까 닫을까 잠깐 고민을 한다. 왜냐하면 마리는 닫힌 문을 싫어하는 데다, 화장실을 위험한 곳이라고 생각하는지 우리가 안에 있을 때 문 앞에서 울기도 하고, 혹시 깨서 나를 찾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문을 열고 샤워를 하기로 결정했다.


화장실 문은 열고 샤워 부스의 문은 닫는 중에 비척거리며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tmi. 요즘 마리는 뒷다리가 불편하기 때문에 발이 바닥에 끌리는 소리가 난다.) 한 번에 대여섯 발자국도 쉽지 않아 하면서, 박스에서 화장실까지 한 걸음에 달려온 눈치다. 화장실에 도착하자마자 날 보더니 샤워부스 문 앞에 털썩 쓰러진다.


엄마를 지켜주는 상냥한 고냥고.


너무나도 귀엽고 안쓰럽다.


이렇게나 나를 사랑해 주는 너에게 종국에 내가 줄 수 있는 것이 이별뿐이라는 사실이 나를 지옥으로 몰아넣는다. 물론 지금 최선을 다해 마리를 사랑하고 있지만, 어쨌든 나의 마음은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마리를 보고 있으면 괴로움에 고통스럽다가도, 사랑스러워서 미쳐버릴 것만 같다.


마리가 떠난 뒤의 나는 괜찮을까?

이 질문조차 너무 이기적이어서 나는 쓸 말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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