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에게 빚을 지며 살고 있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잘하는 일로 만들면 안 돼?
Q. 국적과 부모님, 성별까지도 아무리 우연이라 하지만 평범하지 못한 환경에서 자라다보면 이 운명이라는 걸 당최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그럼에도 운명을 개척한 자들과 겪어보지 않은 이들은 내게 힘든 과거와는 이별을 하라 권했다. 바꿀 수 없는 짐들은 제발, 제발 그.만. 내려놓고 다시 태어난 사람처럼 새 삶을 잉태하라 했다. 제발! '그런데, 어떻게?'
Q. 배우가 되는 걸 선택한 이상 버릴 과거란 없다. 떠올리기 힘겨운 고통일수록 그 정서기억은 타고난 재능취급을 받는다. 나에게도 있다. 영원히 채워지지 못할 결핍, 미성숙함을 이용당한 피해사례, 웃고 있어도 어딘가 슬픔이 느껴지는 눈. 난 눈물을 흘리는 일이 웃는 것보다 쉬웠다. '그런데 내 기억들이 이렇게 사용되는 게 맞는 걸까?'
A. 배우의 훈련은 상상과 감각, 신체와 정신, 감정과 태도 등으로 이루어진다. 연기는 사람을 사용하여 ‘인간’표현하는 예술이다. 나 자신이 ‘도구’ 그 자체다. 그러므로 나를 잘 알아야 하고 다룰 줄 알아야 한다. 그림을 그리는데 이게 물감인지, 먹물인지 알고 사용하는 것처럼 나는 팔레트이고 연필이며 물통이 되거나 때로는 캔버스 그 자체여야 할 때도 있다.
이때까지만 해도 몰랐다.
'배우가 되는 길이 나 자신을 사랑하게 해주는 곳이라는 것을.‘
극은 삶을 조명하기에 연기를 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인간과 세상을 이해해야만 했다. 연기를 잘 하고 싶은 욕심에 시작한 배움이었는데 어느새 내가 과거와 마주하고 있었다. 연기를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었을 뿐인데 얻은 보너스가 더 컸다. 나를 사랑하는 일은 이번 생에서는 얻지 못할 자격이라 여기며 포기했었는데 연기는 '그런 나'와 사랑에 빠지게 만들어줬다.
지금부터 할 이야기는 만남으로 시작되어 만남으로 끝나는 그리고 여전히 만나고 있는 현재 진행형과 같은 여정이다.
연기에게 빚을 지며 살고 있다는 말을 하게 된 나만의 경험담이다.
"제가 영화에서 전하려는 내용은 다른 누군가에게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배울 수 없다는 것이에요.
우리는 자신만의 경험으로 살아가며 스스로 결론을 내릴 수 있을 뿐이에요.
경험은 물려주거나 물려받을 수 없습니다.
각자 자신만의 경험을 얻어야만 비로소 삶과 올바른 관계를 맺을 수 있죠."
by. 영화감독, 타르코프스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