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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마미 Jan 14. 2022

눈빛만 봐도 알 수가 있어. 정말?!


"눈빛만 봐도 알 수 있잖아~ 옷 깃만 스쳐도 우린 느낄 수가 있어~♬"


정말?? 알 수 있는가?

난 전혀 모르겠다.


내가 요새 가장 잘 느끼고 싶은 신호는, 우리 아기와 관련된 것들이다. 

난 오늘도 아이의 눈빛을 여러 번 보고도 알아채지 못해서 속상한 엄마다. 내 딴엔 이유식을 많이 줬다고 생각했는데, 저지레 하며 많이 흘렸다 보니 양에 안찼나 보다. 아이가 침대에 누운 지 1시간이 되어도 잠을 못 잤다. 잠을 못 잔 지 5시간이 지나자 잔뜩 각성된 채로 침대 안에서 데구루루 구르고 날뛰었다. 결국 뒤늦은 직감으로, 분유 100ml를 더 먹이고 난 후에야 아이는 꿈나라로 스르르 떠났다.


'둔한 엄마 때문에 힘들었지... 미안하다 아가야.'


새근새근 잠든 아이의 얼굴을 보면 괜스레 안쓰럽다. 너와 함께한 9개월이라는 시간들. 길고도 짧은 시간 동안 찐하게 붙어있었음에도 부족한가 보다. 아직 엄마의 역량이 이것밖에 안되나 보다. 자책 모드로 들어가게 되면, 육퇴를 하고도 마음이 편치 않다. 

너무 잘 먹는 아기를 키우는 덕분에, 수유량을 얼마나 줘야 할지 늘 갈팡질팡이다. 혹여나 많이 먹으면 게우지 않을까, 소화가 힘들지 않을까, 소아비만이 되지 않을까. 오만가지 걱정을 혼자 다 하면서, 여러 정보들을 검색하고 알아보지만 명쾌한 답은 없다. 

내 머릿속에 진짜 엄마는 아이의 눈빛만 보면 척하고 욕구를 채워줄 수 있어야 할 것 같은데, 난 아직도 아이의 마음을 잘 모를 때가 많다. 아이의 반복되는 짜증에 진이 빠지기도 하고, 도무지 그 짜증의 이유를 모를 때면 인내심의 한계에 부딪히기도 한다. 


"엄마도 힘들어. 그러니 우리 잠시만 떨어져 있자."


아이에게 짜증을 분출하는 실수를 반복할까 봐 피해보기도 했다. 붙어있다가 화내는 것보단 차라리 낫다며 애써 합리화하곤 했다. 하지만 아이를 외면한 그 순간에도 마음은 편치 않았다. 육아를 하면서는 나 스스로와 더 부딪히고, 한계와 끊임없이 부딪히는 느낌이다. 


차라리 육아에 답이라도 있었으면 했다. 답이 없어서 힘들다. 한편으로는 답이 없어서 다행이기도 하다. 만약 답이 명쾌하게 있었다면, 그 답을 맞히지 못했다고 힘겨워했을 테니까. 차라리 모르기 때문에 내가 잘하고 있는지 잘 못하고 있는지는 곧바로 나오진 않는다. 그 순간엔 그게 다행이지 않을까.

하지만 가장 무서운 것은, 훗날 아이가 성장하면 그 결과가 나올 것이기에... 이 사실이 너무나 두렵다.


만약, 우리 아이가 성장해서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늘 배가 고팠다고 이야기하면 어쩌지? 욕구불만으로 인해서 다른 중독 문제에 빠지면 어쩌지? 가끔은 이런 불안이 올라온다. 너무 이른 불안일 수 있지만, '만약에'라는 이유를 들이대며 온갖 부정적인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결국 이런 마음들 모두, 아이를 사랑하고 가득 채워주고 싶은 엄마의 마음이 과하기 때문인데, 더 완벽해지고 싶은 마음만 커서 나 자신의 목을 죄여 온다. 

정신 차려야 한다며, 육퇴 한 나 자신에게 슬며시 말을 건네본다.


'애썼다. 수고했어. 눈빛만 봐도 모를 수 있지. 네가 하나님도 아닌데 왜 다 알려고 해? 그냥 맡겨드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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