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곰마미 Jan 13. 2022

네가 날 아무리 할퀴어도 괜찮아


“가치와 고통은 이어져 있다.” 


신랑이 얼마 전 학회 강의를 듣더니, 마음에 오래 남는다며 해준 말이다.



최근 내가 가장 가치를 두는 것은 무엇인가? 그 가치와 관련하여 나는 어떠한 일들을 감내하는가?     

나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본다.


현재 내 인생에서 가치롭다고 의미를 두는 것은 ‘육아’이다. 

나 밖에 모르던 내가 엄마가 되고 처음으로 맞닥뜨린 작은 생명. 

이 아이의 존재 자체가 내게 너무나 소중하기 때문에, 아이의 필요를 알아채기 위해 애쓰고, 웃음을 주기 위해 오만 표정을 짓고, 서툴게 동화구연을 흉내내며 책을 읽어주는 등 익숙하지 않은 내 모습들이 가득하다. 

내 마음의 나침반은 온종일 아이에게 쏠려있다. 나 자신을 내려놓고 아이에게 마음을 집중한다. 아이와 함께하는 일상은 반복되지만 흘러가는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반복되는 육아의 과정 중에 행복만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렇게 사랑스럽게 느껴지던 아이가 내게 아픔이 되기도 한다. 매서운 화살촉은 곧바로 나에게 향한다. 

'내가 이렇게 못난 사람이었다니.'   

나의 부족함과 한계와 맞닥뜨리며, 때론 눈물도 흘리며 내가 이것밖에 되지 않는 사람인가 하는 한숨과 반성도 뒤따라온다. 그 과정은 그리 유쾌하지 않다. 때로는 부인하고 싶고 외면하고 싶기도 하다. 

      


유명한 작가는 사랑을 '상처를 허락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사랑은 내 모든 것을 내어주며 발가벗는 일이며 서로의 차이를 인내하고 견뎌야 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모든 존재는 저마다의 약함과 슬픔이 있다. 완벽할 수 없기에 실수하고 아픔을 준다. 그렇기에 사랑함에는 상처가 반드시 생길 수밖에 없다. 사랑하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깊은 바닥 끝까지 내팽개쳐지는 것 같은 아픔은 필연적이다.        

예전에 사랑을 왜 하트 모양으로 표현하는가 의문을 가진 적이 있었다. 혼자 떠올려본 생각은 홀로 있는 원이라는 온전한 상태에서, 사랑을 하게 되면 두 원이 맞닥뜨리지 않을까? 

자신의 것을 기꺼이 내어주고 나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도 허락하고, 아옹다옹하며 움푹 패이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며 찌그러지며 찰싹 붙어서 이런 ♡ 특이한 모양을 갖춘 것이 아닐까.. 

아이를 사랑하기 위해 더 애쓰는 요즘이다 보니 슬며시 떠오르는 기억이다. 



일상이 고통 없이 늘 평온하게 반복된다면 그 상태가 충만한 행복임을 알아차릴 수 없듯이, 고통이 있기에 그 가치는 더욱 반짝이고 빛나는 것이다. 그 아픔 또한 사랑으로 참아내며 소중히 지켜가고 있으니 말이다.

나는 내가 지켜가야 할 가치로운 존재에게 기꺼이 고통을 허락한다.  

네가 아무리 나를 할퀴고 때리고 상처를 내도, 나는 너를 사랑으로 인내할 것이다.

그렇게 나는 느릿느릿하게 엄마가 되어가나 보다.

매거진의 이전글 눈빛만 봐도 알 수가 있어. 정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