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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룩박사 김홍기 Feb 09. 2023

누룩박사 커피를 탐하다 20-4

딩동, 택배 왔습니다


“이게 뭐지?, 택배시킨 적 없는데?”     


일 분 일 초가 아쉬운 판에 ‘딩동, 딩동’ 초인종이 올렸다. 우씨, 이게 뭐야? 오늘 중에 두 편의 원고를 마감해야 하는 촉박한 상황에 울리는 초인종이 밉살스러웠다. 


이쯤에서 혹시 오해하는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다. 


나는 인기를 추구하는 작가도 아니고 정기적으로 많은 원고를 기고하지도 않는다. 다만 무슨 일 있어도 오늘까지 꼭 마감해야 할 글 2편을 마감하기로 작정하고 글을 쓰는 중이었다. 


생각해 보시라, 이럴 때 ‘딩동, 딩동’ 벨이 울리면 내심 얼마나 쫄밋거리고 울화통이 터지는지 그 심정 잘 아실 것이다.      


‘아침에 차 한잔이 인생을 결정한다’      


대략 25년 전인 1996년으로 기억한다. 반짝이는 눈망울이 매력적인 묘령의 아가씨한테 《아침의 차 한잔이 인생을 결정한다》라는 책을 추천받았다. 


퇴근하자마자 당장 기차를 탔다. 


지금이야 온라인 서점이 대세지만 그 당시만 해도 꼭 필요한 책이 있으면 직접 차를 타고 서울 종로서적이나 교보문고 또는 청계천에 있는 헌책방으로 발품을 팔아야 했던 시절이었다.      


돌이켜 생각하면 그것이 나를 향한 암묵적인 프로포즈였을지도 모른다. 


암튼 책 제목이 구미가 당겼다. 


사실 그 아가씨의 미모에 매료된 점도 있지만 정말 아침의 차 한 잔이 인생을 결정할까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교보문고나 종로서적(지금은 없어짐)이 있는 종로까지 달려가기에는 짬이 나질 않아  50분 넘게 완행열차를 타고 가장 가까운 천안 동방서점으로 달려갔다. 귀가하는 기차에 올라타자마자 설레는 마음으로 책장을 펼쳤다.      


‘5분만...5분만 더...’     


‘누구에게나 하루는 24시간 주어진다. 그러나 어떤 이는 성공하고, 어떤 이는 그렇지 못하다. 24시간을 잘 활용하려면 아침 시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침의 5분은 오후의 1시간과 같다. 언제까지 “5분만...5분만 더...” 하며 이불을 끌어당길 것인가. 이불 속에서 포근함을 즐기고 있을 이와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 차 한잔으로 여유로운 하루를 준비하는 이의 차이는 자명한 것이다.’      


일리가 있네. 다시 책장을 펼쳤다. ‘마감날짜가 없는 일은 없다’라는 꼭지가 눈에 확 들어왔다.      


‘모든 일에는 데드라인이 있다.’     


‘모든 일에는 데드라인이 있다. 즉, 마감 날짜가 없는 일은 결코 없다. 모든 계획과 실행은 마감 날짜를 전제로 해서 이루어져야 하며, 마감 날짜가 없는 일은 스스로 어느 기간을 정해 마감 날짜를 정하고 나서 일을 추진해야 한다. 비록 마감 날짜가 없는 일이라고 해도 자신의 인생에는 마감이 있기 때문이다.’     


‘이거 어떡하지?’     


택배받은 스티로폼 상자를 열었다. 싱싱한 생물이 눈을 찡긋한다. 필자한테 딱 한번 발효교육을 받고 팬을 자처하는 분께서 보내주신 귀한 선물이다. 볼 것 없다. 만사 제쳐두고 해체하기 시작했다. 


첫 머리에 올린 사진이 필자가 선물받은 아귀를 손질해서 소분포장하고 남은 내장, 간(애)과 창자를 찜하는 요리 사진이다. 덕분에 족히 3인분이 넘는 분량을 별도로 소분 포장해 놓고, 신선할 때가 제맛인 애와 내장을 손질해서 양면팬에 찜을 해서 수육을 만들어 먹었다.    


혹시 이쯤에서 오해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밝히고 싶은 것이 있다. 사실 필자는 전통음식과 발효음식과 커피와 차는 물론 한중일식과 양식과 제빵에도 나름대로 일가견이 있다. 특히 해물의 경우 피래미에서 1미터 50센티 생물까지 해체해 본 경력이 있다. 


그러다보니 커피와 차 음료를 비롯한 전통음식, 발효음식, 약선음식과 식이요법에 대해서도 각별한 관심과 철학과 방책이 있고, 나름대로 소신과 철학도 명료하다. 


커피와 차 또한 마찬가지, 커피와 차와 음료와 음식은 나름대로 호불호가 갈리는 기호식품이다.  하지만 커피와 차를 포함하는 모든 식음료와 생활습관과 생활환경은 궁극적으로 우리 몸, 다시 말해 '한잔을 마셔도 건강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 필자의 소신이자 지론이다. 


각설하고, 모처럼 생선을 해체하면서 문득 커피와 음료와 음식, 그리고 미각과 미식에 대한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커피와 차와 음료와 음식과 식탐, 과연 우리한테 커피와 차와 음료와 음식은 무엇이지?               


거두절미, 커피는 호불호가 명확한 기호 음료다. 음식하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식음료의 하나일 뿐이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커피와 차, 특히 커피가 식음료 시장에서 차지하고 있는 시장규모는 생각 이외로 규모다 크다. 이쯤에서 되묻는다. 커피, 너는 누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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