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드립 커피는 크레마가 없다, 정말 그럴까? 20-7
핸드드립으로 크레마를 뽑을 수 있나요?
며칠 전 핸드드립에서도 크레마를 만들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왜 그러냐고 했더니 아무리 뒤져봐도 방법이 없더라는 것이었다. 일반적으로 핸드드립에서 말하는 크레마란 물을 주입할 때 커피분말 위로 형성되는 거품을 말한다. 그렇다면 핸드드립 커피에서는 크레마를 만들 수는 없는 걸까?
핸드드립에서는 크레마를 만들 수 없다고 속단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내린 커피와 달리 핸드드립 커피에서는 크레마가 없다고 속단하는 이유는 본질을 직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답은 에스프레소 머신의 작동원리와 추출기전에 들어있다.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추출한 커피에 크레마가 형성되는 이유는 압력과 속도 때문이다. 머신에서는 9 bar 내외의 높은 압력과 빠른 유속으로 30초 이내에 신속하게 커피를 추출한다. 그룹헤드에 가해지는 높은 압력으로 뜨거운 물이 빠른 속도로 포터필터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분쇄된 원두커피 속의 당질과 지방질이 물에 용해되면서 거품 형태의 크레마로 형성되는 것이다.
핸드드립으로 커피를 추출하는 과정에서 크레마가 형성되지 않는 것은 ‘상대적으로 낮은 압력과 느린 유속’이 원인이다. 원인을 알았으니 머신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주입 압력과 느린 유속을 크레마가 형성될 수 있는 조건으로 알맞게 보정해주면 핸드드립에서도 얼마든지 크레마를 만들어 낼 수 있다.
핸드드립 크레마 준비, 고농도 K-드립 커피 원액 내리기
그럼 핸드드립으로 크레마를 만들어 보자. 사실은 만드는 것이 아니라 숨겨진 크레마를 활성화시킨다는 것이 적확한 표현일 것이다.
핸드드립으로 크레마를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에스프레소 머신에서 추출한 것과 비슷한 고농도의 커피원액, 다시 말해 농도가 TDS 9 이상되는 커피진액을 추출해야 한다.
핸드드립으로 이러한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커피를 추출하기 위해서는 아래 사진과 같이 30g의 원두로 30~60ml의 커피진액 추출하는 <지연식 드립>이나 <K-드립 고농도 추출법>으로 커피를 내리면 된다.
핸드드립으로 크레마 만들기
고농도의 커피만 추출할 수 있으면 크레마를 형성하는 일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추출한 커피진액을 작은 용기에 담고 20~30초 동안 빠르게 흔들어주면 된다.
빠르게 흔들어주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압력과 속도가 보정되면서 크레마가 형성되는 것이다. 이때 용기는 가능하면 좁고 긴 용기나 볼 형태의 둥근 용기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1차 실험에 사용한 용기는 지름 4.5cm 높이 15cm 크기의 230ml 투명 페트용기를 사용했다. 하지만 온기가 남아있는 커피를 쉐이킹 shaking 해야 하는 관계로 식품안전 차원에서 스테이나 구리로 된 셰이커를 추천한다. 필자 누룩박사는 지름 6.8cm, 높이 16.5cm 크기의 300ml 스텐 칵테일 셰이커를 핸드드립 크레마 전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굳이 왜 핸드드립 커피에서 크레마가 필요한 것일까. 필자 누룩박사는 맛 때문에 크레마를 만든다. 독자 여러분께서도 핸드드립으로 내린 고농도 커피원액을 작은 통에 담아 흔들어서 크레마를 만들어 보시라. 크레마를 만들어 주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에어레이팅이 진행되면서 색향미가 완연히 다른 멋진 커피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이때 한 가지 고려해야 할 것이 있다. 드리퍼와 필터를 사용할 경우 종이필터로 여과하는 과정에서 커피의 당질과 지질 등으로 형성된 카페스톨(크레마, 콜레스토롤)의 약 95%가 필터링된다는 변수를 간과하면 안 된다는 사실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종이필터를 사용해서 커피를 내리면 상대적으로 크레마의 양이 적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핸드드립으로 크레마 양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이 문제 또한 별도의 필터가 필요 없는 스텐천공드리퍼를 사용하면 간단하게 해결된다. 다만, 한지필터와 스텐박판에 미세한 구멍을 펀칭한 스텐천공필터는 맛과 향과 바디감과 클린컵에서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필자 누룩박사는 한지 재질로 된 원터치 K-필터를 추천한다. 다른 이유 없다. 내려서 마셔보면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