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손빨래시키는 아들에게
오늘도 베이지색 상의, 하늘색 바지에 싸인펜 칠을 해왔어.
하필 빨간색을 좋아하는 네가, 베이지톤의 옷이 잘 어울려서 매일 아침 고민이야.
어린이집에서 그러는 건지, 미술학원에서 그러는 건지 하루도 빼지 않고 옷에 싸인펜을 많이도 칠 해 오는 네 덕분에 안방 화장실 한켠엔 얼룩 제거제의 종류가 늘어가.
학원 차에 내리는 너의 옷을 보면서 화는커녕
소근육 발달이 느렸던 네가 그리기를 재미있게 하고 온 것이 기특하고 기뻤어.
아빠는 매일 손빨래하는 엄마를 걱정해 너에게 잔소리를 하지만, 엄마는 그런 얘기에 니가 의기소침해서 미술에 흥미를 잃을까 더 걱정이야.
나름 노하우도 생겼고, 잘 지워지는 세제를 찾으면 너무 좋고, 지워지지 않을 것 같던 얼룩을 지웠을 때 오는 쾌감도 꽤 쏠쏠해.
하지만 알아주렴.
엄마는 너랑 동생을 낳고 계속 일하면서 손목이 많이 안 좋아.
가끔 젓가락질하다가 놓칠 정도라면 이해가 될까?
그런 엄마가 매일 지우기 힘든 얼룩을 비비고, 치대고, 또 비틀어 짜는 건 누가 시켜는 하기 힘든 일일 것 같아.
만약 직장이라면 손목을 핑계로 퇴사를 결정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
그럼에도 엄마인 나는 큰 스트레스 없이 이 일을 몇 달째하고 있어.
버릇처럼 모성애가 없는 엄마라는 생각이 오늘에서야 아니라는 생각이 드네.
엄마한테도 모성애가 있나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