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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철미 Nov 26. 2023

사랑하는 너희에게

이제야 깨닫는 엄마의 이기심

요즘 자꾸 주변에서 언급하시는 드라마 [정신 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를 보았다.

동명의 웹툰을 초반에 보다 말았기에 꼭 챙겨봐야겠단 생각이 안 들었는데, 남편까지 말 하니 결국 시작.


극 중 [오리나] 캐릭터의 내용은 웹툰과 같았기에, 이미 본 내용이기에 그렇게 와닿을 거라 생각을 못 했다.

웹툰을 읽을 땐 간호사에 초점을 두고 봤다면, 드라마를 볼 땐 적절한 연출 덕분인지 환자들의 캐릭터 하나하나에 눈길이 갔다.

K-장녀로 태어나 자란 나의 극단적인 모습 같아서

만약 아이를 낳기 전, 나의 큰아이가 불쑥 나의 어린 시절 같은 모습을 보이기 전이라면 그냥 외면하고 불편해했을 것이다.

이제는 리나 씨의 엄마에 더 초점이 맞춰졌고, 생각이 이어졌다.



그 무렵 새로 오픈하는 병원에서 마취과 간호사로 일해 달라는 콜이 들어왔다.

스크럽이 버겁다 생각 중이었고,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기에 욕심이 났다.

행복회로를 돌려봤다.

등/하원을 오빠에게 전적으로 맡기고 오픈병원의 오픈멤버 마취과.


그러다 곧 현실이 들이닥친다.

4살이 되는 둘째의 하원을 받아줄 사람도, 그렇다고 받아 줄 학원도 없다는 것.

그러면 돌 이후 지금까지 쭈욱 [연장반에서도 가장 늦게 가는 아이]인 우리 아이는 학교 가기 전까지도 그래야 할 거라는 것.


머리도 가슴도 차게 식는다.


그래 내 주제에..

아니 내 처지에 무슨..


사람인 앱을 켜서 나이트 전담 간호사 자리를 알아본다


늦어도 2월까지만 지금 이곳에서 [수술실 간호사]의 꿈을 꾸고, 둘째가 새로운 어린이집에 적응해야 하는 3월에는 엄마가 되기로.

내년에 새 어린이집에 적응하는 둘째, 후내년에 초등학생이 되는 첫째에겐 [낮에 도와줄 수 있는 엄마]가 필요하니까.


아니, 이미 필요했지만 내가 애써 외면했을 것이다.

그 외면에 나의 첫째는 코로나가 창궐하던 그때에도 [가장 먼저(가끔 선생님보다 먼저) 등원해서 가장 늦게 하원하는 아이] 혹은 [혼자 등원 한 아이]였다.

둘째를 낳고 육아휴직 후에서야 정상적인 등/하원을 할 수 있었지만, 그마저도 끝난 후에는 5살을 받아주는 태권도장을 겨우겨우 찾아서, 하원 후 두 시간을 태권도장에서 보내는 아이가 되었다.


하원 후 기절하듯 쓰러지거나 허기져서 뜨거운 밥을 허겁지겁 먹는 널 보면서도 외면했었나 보다.

어쩔 수 없다고, 워킹맘의 아이니까 이 정도는 감수해야 할 너희들의 몫이라고.


이제야 깨닫는다.

내가 너희를 갈아 넣어 내 욕심을 채우고 있었구나.

수술실 간호사 타이틀 놓치고 싶지 않아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어서 너희를 희생시키고 있었구나.

나는 한 발도 양보하지 않은 채 너희에게 일방적인 이해를 요구하고 있었구나.


너희를 사랑하지만, 나 또한 너무 사랑하고 있었구나.

그러면서 혼자 피해자인 척하고 있었구나..


이제는 나도 양보해 볼게.

지금 엄마에게 가장 중요한 건 너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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