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겠지만 너희의 우주가 엄마인 시간.
김장을 다녀왔어.
사실 엄마는 아무것도 안 했어.
마당에 준비하신 할머니 뒤를 졸졸 따라다닌 땡큐(둘째) 덕분에 시작부터 할머니께서 엄마보고는 안에서 애들이나 보라고 하시고 아빠랑 같이 다 하셨거든.
적당히 놀아주고 유튜브 틀어준 다음에 엄마도 나가려고 했는데, 둘째보다 오히려 딴딴이(첫째) 네가 무서워서 싫다고 나가서 함께 보겠다고 하는 바람에 그냥 눌러앉아 있었지 뭐.
그러다 동생 낮잠 핑계로 누웠는데 그제야 엄마가 몸이 아픈 걸 알았어.
기절하듯, 배터리가 방전된 듯 까무룩 잠들었다가 동생이 없다는 네 말에 깜짝 놀라 일어났어.
일어나서 심심하니까 밖에 나가서 헤실헤실 웃으며 할머니, 아빠를 부르는 동생을 발견하기까지 널 신경도 못 쓰고 뛰어다녔는데 정신 차리고 보니 넌 내 옆에 꼭 붙어있었어.
돌아오는 길에 차가 막혀 한 시간 거리를 두 시간 반정도 걸렸나 봐.
낮잠을 안 자던 네가 꼬박 자고 일어나서 오늘은 늦게 자겠다 싶긴 했어.
저녁도 못 먹고 교회 다녀온 아빠와 야식 계획을 세우고, 너희도 졸릴 때 자라고 했지만 11시가 넘도록 안 자는 너희를 결국 눕힐 수밖에 없었지.
실눈 뜨고 못 잔다고 칭얼거리다가도 결국 잘거라 생각했는데.. 12시가 다 될 때까지 넌 버티더라.
아빠가 먼저 먹고 교대해 줘서 엄마가 먹는데 아빠가 잠 들어서 다 같이 자겠거니 하고 빨래 정리 하면서 느긋하게 가습기 물 채우는데 실눈으로 엄마를 쳐다보는 너와 눈이 마주쳤어.
얼른 양치하고 갈께~ 하고 양치하고 돌아와 너와 동생 사이에 누우니 손 한번 꼭 잡아주고 10초도 안 돼서 잠든 널 보면서 너에게 엄마는 어떤 존재인가를 생각하게 돼.
정말 엄마는 혼자서는 잘하는 것도 별로 없는 나약하고 게으른 인간이거든.
그런 엄마를 용기 내게 하고, 움직이게 하는 너희가 정말 엄마에게 큰 존재라고 생각했는데,
옆에 없으면 무섭고, 잠도 안 오는 그런 존재라니.
무려 내가 너에게 그런 존재라니..
내가 엄마로서 내가 주는 사랑에 취해서 너희에게 받고 있는 크고 한없는 사랑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었나보다 라는 생각에 뒤통수가 얼얼해.
내일, 아니 지금 이 순간부터 꼬박 되새기며 너희의 사랑을 감사하며 살아갈게.
고마워. 좋은 꿈 꿔.